탈레반 승리 축포…출구없는 공포통치 2.0 신호탄

입력 2021-08-31 10:45   수정 2021-08-31 15:30

탈레반 승리 축포…출구없는 공포통치 2.0 신호탄
인권유린 시대 돌아오나…국민 공포·불신 가득
IS 등 무장세력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우려
국제테러조직 온상돼 해외에 위험 전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군이 31일(현지시간) 0시에 맞춰 아프간에서 모두 떠나자 전국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정권을 잡은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조직원들이 20년 아프간전의 승리를 선언하며 허공에 쏘아댄 축포였다.
탈레반의 수석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다.
미군을 떠나보낸 카불공항에 있던 탈레반 전투원 헤마드 셰르자드는 AP통신 인터뷰에서 "20년 희생의 결실"이라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탈레반의 축포는 아프간인들에게 일상을 완전히 뒤엎을 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야반도주에 가까운 미군의 철수로 미국 주도로 유지되던 사회질서가 무너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함께 20년 동안 아프간 재건에 나선 서방국가들도 이미 두 손을 들어버렸다.
독일의 16년 집권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민주국가 건설에 실패했다"며 "민주주의, 자유를 믿은 이들에게 쓰라린 사건"이라고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외신들은 아프간에 닥칠 변화로 공포통치 부활, 지독한 치안불안, 테러조직 세력확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 공포통치 2.0 돌입…인권유린의 시대 접어드나
탈레반은 저항군이 버티는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를 제외하고는 전국을 장악했다.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곧 정부를 구성해 통치에 들어가면 체제 차원의 인권유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우려한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파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국제사회에 악명이 높은 근본주의 집단이다.
소련이 1989년 철수한 뒤 내전 과정에서 나타난 탈레반은 1998년 집권해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당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자의적, 극단적으로 해석해 국민들의 일상에 폭압적으로 적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남자들을 턱수염을 길렀고 여자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었으며 텔레비전, 음악, 영화도 금지됐다.
특히 여성들이 학교나 직장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한 이들을 공공장소에서 돌로 쳤다.
현재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를 건설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정상적 국가가 될 것을 고대하는 탈레반은 인권을 존중한다고 항변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탈레반의 정권 탈환 뒤 카불공항에 몰린 대피행렬과 대혼란상에서 불신의 수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AP통신은 "수만명이 탈레반 통치가 두려워 최근 2주 동안 아프간에서 도주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카불공항 활주로 점거한 이들, 공항에서 인파에 짓밟혀 압사한 이들, 이륙하는 항공기에 매달렸다가 추락사한 이들을 국민의 불신과 공포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주목했다.


◇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IS 조직원들까지 풀어줬다는데
탈레반의 공포통치뿐만 아니라 치안 불안도 아프간이 직면한 비극의 불씨다.
아프간 내부에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이 존재한다.
특히 탈레반과 갈등을 빚어온 IS는 최근 미군과 피란민을 겨냥한 카불공항 테러에서 보듯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탈레반은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되도록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목표가 이뤄질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IS의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은 전날에도 카불공항을 겨냥해 로켓포를 쏘아댔다.
미국 당국은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뒤 테러범 수감시설에서 IS 조직원들을 대거 석방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며 IS 조직원들이 2천명까지 늘었다고 추산했다.
한편에서는 아프간에 닥친 비극이 공포정치, 치안불안을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탈레반 정권의 속성, 사회 혼란상을 고려할 때 아프간이 국제 테러조직들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국제테러단체 인큐베이터 될라' 우려의 시선 집중
탈레반은 이슬람 정권이 다른 나라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이 또한 불신의 대상이다.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탈레반과 9·11테러를 저지른 집단 알카에다가 불가분 관계라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알카에다가 여전히 아프간에서 암약하고 있으며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수십년 유착관계가 최근 더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BBC방송은 "탈레반이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다"며 "일부 지도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강경파들은 알카에다와 관계를 청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카에다가 얼마나 강력한지, 글로벌네트워크를 재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이들도 목격된다.
라이언 크로커 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온갖 종류의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에 안착할 것이라며 "9.11테러도 그렇게 불거졌는데 우리가 지금 그와 똑같은 국면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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