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국의 실수"…BBC "아프간인들에게 전투 끝나지 않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백나리 특파원 = 외국 언론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를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20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을 대체로 냉정하게 평가했다.
특히 아프간 전쟁에 따른 사상자와 막대하게 투입된 미국 국방비를 거론하고 탈레반의 재집권에 우려를 나타냈다. 수천명 규모로 예상되는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를 현지에 놔둔 채 철군이 완료된 점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전쟁에 대해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차원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시작됐다"며 "탈레반을 패퇴시켰다고 확신한 미국은 아프간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년 간 4명의 대통령이 거쳐간 전쟁에서 탈레반을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NYT는 짚었다.
또 이번 미군 철수와 관련해 "무시무시한 민간인 사상자들로 얼룩졌다"며 "전쟁에서 미국의 실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군이 최근 아프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 위험이 있는 차량을 드론(무인항공기)으로 공습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이 10명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 비용이 어마어마했다"며 "(미국의) 4대 행정부에 걸쳐 미군 전사자가 2천400명을 넘었고 아프간인 수만명이 숨졌다. 국방과 개발 사업에 수조 달러가 쓰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마지막 철군은 거의 20년 동안 싸웠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명백한 통치를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WP는 '미국은 아프간에 수천명을 남겨뒀다. 이건 도덕적 재앙'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바이든 대통령을 직격했다.
WP는 "이 도덕적 재앙은 극도의 위험 속에서도 카불에서 용감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한 국방·외교인력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전략·전술적 실수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AP 통신도 아프간 전쟁에 대해 "미군 역사에서 엄청난 실패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 역시 미국에 굴욕을 안긴 베트남전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불에서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가 탄 C-17 수송기의 이륙으로 아프간 철군이 마무리된 상황을 소개하며 "9·11테러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시작돼 거의 20년간 지속된 미국 주둔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이 2001년 쉽게 축출했던 게릴라 단체에 카불에서 마지막으로 발 디딜 곳을 포기했다"며 베트남전 수준의 패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BBC 방송은 "아프간인 3천800만명에게 탈레반이 앞으로 어떤 통치를 할 것인지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미국의 가장 큰 전쟁은 끝났지만, 아프간인들에게 전투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프랑스 AFP 통신은 미국이 분쟁으로 찌든 아프간을 재건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지만 20년간 진행된 잔혹한 전쟁이 이슬람 강경파 탈레반의 집권으로 끝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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