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 "외무장관에 바라다르, 국방장관에 야쿠브, 내무장관에 하카니 내정"
물가폭등 등 경제혼란 가중…'원조의존' 의료시스템 먹통 위기
유화 메시지 불구 곳곳서 인권유린…정부 체제 재구축도 난관
(뉴델리·카이로=연합뉴스) 김영현 김상훈 특파원 =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미군 철수 마무리로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종식됨에 따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통치 2기'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했다가 9·11테러 후 미국의 공습으로 정권을 잃었다.
농촌 지역으로 밀려난 탈레반은 하지만 꾸준히 세력을 불렸다.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섰고 지난 15일 수도 카불까지 장악했다.
이후 탈레반은 지도자 회의 등을 열며 새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며 통치 2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푸트니크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이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푸트니크는 탈레반이 이인자인 정치국장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외무장관에,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모함마드 야쿠브를 국방장관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탈레반은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인 칼릴 하카니를 내무장관에 내정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 구성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탈레반은 우선 사회 각 부문이 붕괴하는 참담한 상황부터 맞게 됐다.
아프간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빨간 불'이 들어온 분야는 실물 경제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마자 물가는 폭등했고 정부 기관과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는 급증했다. 은행에는 돈을 찾으려는 인파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지난 28일 카불에서는 문을 닫은 은행 앞에서 수백 명이 현금 인출을 요구하며 시위하기도 했다고 현지 하아마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와중에 해외 원조마저 끊어지고 있어 위기는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탈레반의 장악 직후 일찌감치 무너진 행정, 군사 등 정부 시스템도 상당 기간 복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 기관에서 일했던 이들의 상당수는 탈레반의 보복이 두려워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10만명도 안되는 대원 대부분이 문맹인 상황이라 정부 시스템을 재구축할 능력과 인력 모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낙후됐던 의료 시스템도 완전히 망가지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의료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줄줄이 출국한데다 해외 구호 물품 지원마저 사실상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간 지부 대표인 필리페 리베이로는 31일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지원 부족으로 인해 이곳 의료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붕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큰 위험은 이런 자금 부족 상황이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차질을 빚으면서 바이러스가 대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탈레반은 최근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국제사회와 교류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조만간 '본색'을 드러내며 인권 유린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 경찰청장 기관총 처형,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 총살 등 탈레반의 최근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이미 주민사회는 공포를 겪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예전 통치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취업, 사회 활동, 외출 등을 제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도 허용돼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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