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외국어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뇌 안정성 유지 특성 탓"

입력 2021-08-31 15:29  

[사이테크 플러스] 외국어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뇌 안정성 유지 특성 탓"
미국 연구팀 "신경가소성-안정성 계속 충돌하며 균형 찾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성인이 된 후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게 어려운 것은 뇌에서 기존 학습으로 형성된 뇌 신경망을 유지하려는 안정성과 새것을 배워 새 뇌 신경망을 형성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매튜 레너드 교수팀은 30일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간질 환자들이 중국어를 익힐 때 신경신호로 뇌활동을 분석해 뇌에서 안정성과 신경가소성 간 균형을 잡으려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연구 결과는 뇌가 모국어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새 언어를 배우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성인이 된 뒤 제2 외국어를 배우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오랜 의문에도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간질 치료를 위해 뇌 수술을 받은 19~59세 환자 10명에게 단어 의미가 모음과 자음뿐 아니라 성조에 따라 달라지는 중국어를 들려줘 학습시키면서 뇌에 이식된 전극으로 신경신호를 측정, 언어 관련 뇌 영역 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레너드 교수는 "새 언어의 소리를 배우는 것이 그 언어를 배우는 첫 단계"라며 "이 연구는 사람들이 처음 외국어 소리를 듣고 이를 식별할 수 있게 되는 사이에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회에 5~10분씩 중국 원어민이 녹음한 단어들을 듣고 학습하는 실험을 200여 차례 반복하면서 성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매 학습 후 점검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중국어 성조에 점점 익숙해지는 동안 뇌 음성 피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신경세포(뉴런) 다발에서는 신경세포 간 연결 변화 등 미세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 언어에 더 익숙해질수록 언어피질 전반에 걸쳐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존 이론과 달리 언어피질은 특정 영역의 활동이 증가하면 다른 영역 활동이 감소하면서 미세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또 중국어 성조에 따른 뇌 활성화 부위와 활성화 정도가 개인 간 차이를 보였다며 이런 차이로 인해 새 언어 학습에 필요한 신경가소성과 모국어 안정성 유지 사이에 균형이 달라지면서 개인 간 학습 차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레너드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새 언어를 처음 듣고 그 소리에 익숙해지는 사이에 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새 언어를 배울 때 뇌에서는 신경가소성과 안정성이 모두 작용하면서 서로 경쟁한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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