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동안 시계 보고 자신 아들 얘기만…'무성의' 지적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서 자기 시계를 계속 확인하고, 아들 얘기만 하는데 실망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남편인 릴리 매콜럼 일병을 잃은 지나 매콜럼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콜럼 부부는 불과 6개월 전에 결혼해 3주 후면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유족들을 도버 공군 기지에서 따로 만나 위로하려 했지만 무성의한 태도로 오히려 분노를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재러드 슈미츠 일병의 아버지인 마크 슈미츠도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슈미츠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군 관계자에게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철수 작전 실패로 자신의 20살 아들이 전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이날 오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지만, 더욱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은 쏘아보는 것을 느꼈는지 주로 재러드의 생모인 전 부인과만 얘기를 나눴다는 게 슈미츠의 전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부인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이미 6년 전에 사망한 자기 아들 얘기를 주로 꺼냈다고 한다.
참다못한 슈미츠가 아프간 전사자들의 사진을 꺼내 "이들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을 시간을 할애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의 얘기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슬픔에 잠긴 사람과의 공감 능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책임이 있는 사안을 놓고 그 희생자와 대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WP가 전했다.
앞서 매콜럼 유족 역시 미망인을 제외한 다른 가족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지나 매콜럼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전에 준비한 듯한 말을 하고, 깊이도 없었다"며 "그것도 몇 분 정도만 얘기했는데 해병을 잃은 슬픔을 완전히 무시한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슈미츠는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기 아들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한 유족은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있는 쪽을 향해 "나는 내 형제가 죽었다. 지옥 불에나 떨어져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족 전체를 대상으로 발언하기보다는 가족들을 따로 만나 슬픔을 함께하려 했지만,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다만 이렇게 아예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가족들도 있었지만, 포옹을 나눈 가족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을 만난 유족들이 그때 상황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 느끼던 점을 내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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