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상서 제기하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 방기"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헌법재판소가 태평양전쟁 때 일제에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처벌받은 조선인 피해자 등이 한국 정부에 배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을 각하한 것에 대해 관련 단체가 "역사적 오판"이라는 비판했다.
헌재는 31일 조선인 B·C급 전범 피해자 모임인 동진회 회원과 유족들이 한국 정부가 전범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한일청구권협정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 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래홍(65) 동진회 부회장은 이날 도쿄 소재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극히 유감스러운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21년 오늘까지 B·C급 전범 문제의 해결을 한일 외교협상에서 정식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와 외교부의 '부작위'이자 '책임 방기'"라며 헌재의 이날 결정은 "역사적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박 부회장은 부친이 태평양전쟁 B·C급 전범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변광수 동진회 회장은 이날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헌재의 결정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변 회장도 부친이 태평양전쟁 B·C급 전범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B·C급 전범 보상 운동을 이끌다가 올해 3월 28일 별세한 이학래 동진회 전 회장의 미망인인 강복순(86) 씨도 참여했다.
이 전 회장은 1942년 17세의 나이로 징집돼 일본군 군속(軍屬·군무원)으로 동남아시아의 철도 건설 현장에서 노역하는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는 일을 했다가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B·C급 전범이 됐다.
일본인 전범과 유족은 일본 정부로부터 연금과 위자료 등의 보상을 받았지만,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을 상실한 조선인 전범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전 회장은 일본에 남은 다른 조선인 전범 생존자들과 함께 동진회라는 조직을 결성해 60년 이상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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