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잠정합의안 투표 가결되면 5개사 모두 올해 '하투' 없이 마무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코로나19 등 위기의식 가중…하반기 '생산 총력' 공감대 형성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끝내지 못했던 르노삼성차가 노사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면서 완성차 5개사가 모두 추석 전에 임단협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오는 3일 실시되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을 가결하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임단협은 모두 끝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사는 전날 열린 13차 본교섭에서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해 임단협을 끝내지 못하고 1년 넘게 협상을 벌여온 르노삼성차 노사는 전날 교섭에서도 의견차를 좁히는 데 난항을 겪었지만, 미래 생존과 고용 안정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조금씩 양보해 잠정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XM3 유럽 수출을 차질 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5월 노조의 전면 파업과 사측의 직장 폐쇄로 강대강 대치를 벌이면서 올해 파업 시간만 205시간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노조는 작년과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사측으로부터 보상 격려금 200만원과 비즈포인트(상품권) 30만원, 유럽 수출 성공·생산성 확보 격려금 200만원 등 총 83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에 마침내 동의했다.
합의안에는 조립공장 노동자에게 2022년 연말까지 매 분기 15만원씩 노사화합 수당을 지급하고 현재 생산 모델을 2024년 이후에도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모두 '고질병'으로 불리던 하투(夏鬪) 없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지을 수 있게 된 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차질없는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맏형' 현대차[005380]가 지난 7월 60여일만에 교섭을 끝내며 3년 연속 무분규로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감산에 들어가면서 상반기에만 8만대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한국GM은 별다른 쟁의행위 없이 지난달 임금 협상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첫 번째로 마련된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에서 부결되며 한 차례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23일만에 마련된 2차 합의안이 60% 이상의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한국GM은 하반기 '노조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기아[000270] 역시 10년만에 처음으로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아는 지난해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올해는 첫 상견례 이후 2개월여 만에 교섭을 끝내면서 기간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쌍용차[003620]는 12년 연속 무분규 상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기를 맞으면서 노조도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잡음이 줄어든 올해 임단협은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