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비슷한 별 넷 중 하나는 행성 잡아먹은 '과거' 가져

입력 2021-09-01 11:18  

태양과 비슷한 별 넷 중 하나는 행성 잡아먹은 '과거' 가져
황색왜성 쌍성계 107쌍 분광분석 결과, 33쌍 한쪽서 행성 화학성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과 비슷한 항성 중 적어도 4분의 1 이상이 거느린 행성 중 하나 이상을 잡아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박사후연구원 로렌조 스피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태양과 같은 G형 주계열성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 항성의 빛을 이용해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황색왜성으로도 불리는 G형 항성은 우리 은하에 약 7%밖에 안 된다. 대부분의 별은 적색왜성으로 알려진 M형 항성으로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은 G형 항성 중에서도 드물게 안정된 행성계를 꾸리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이 원에 가까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형성된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런 점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해 번성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약 4천500개의 외계행성 중에는 항성에 위험할 정도로 붙어있는 중·대형 행성이 적지 않았는데, 이런 행성들은 항성으로 빨려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의 궤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태양과 같은 안정된 행성계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G형 항성 쌍성계 107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가스구름에서 만들어지는 쌍성계의 항성은 쌍둥이처럼 비슷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표면 중력과 온도가 비슷한 사례만 골라 분광분석을 통해 화학적 성분을 비교했다.
그 결과, 33개 쌍성계에서 한쪽 항성의 철을 비롯한 행성 성분이 동반성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문제의 항성이 행성을 하나 이상 빨아들였다는 강력한 증거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리튬 성분이 높게 나타난 것도 추가적인 증거가 됐다. 태양과 같은 항성은 처음 형성될 때 많은 양의 리튬을 갖지만 1억 년 정도면 모두 소진하기 때문에 분석대상이 된 항성처럼 오래된 항성의 리튬은 행성에서 온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태양과 같은 황색왜성 중 20~35%가 거느린 행성 중 하나 이상을 흡수했으며, 약 27%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수치라고 했다.
이는 태양과 비슷한 항성 중 적어도 4분의 1 이상이 매우 불안정하고 역동적인 과거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를 갖는다.
스피나 박사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항성 천체물리학과 외계행성 탐사에 획기적 성과"라면서 "태양과 같은 별이 행성을 흡수하면 화학적 성분이 바뀔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런 항성이 거느린 행성계의 상당수가 태양계와 달리 매우 역동적인 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화학적 분석을 이용해 태양계처럼 차분한 행성계를 거느린 항성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했다.
그는 "태양과 비슷한 별 중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만 수백만 개에 달한다"면서 "가장 유망한 목표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면 '지구 2.0'을 찾아내는 것은 속담처럼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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