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풍진 백신 접종자 코로나 사망 32% 낮아"
"백일해 백신 접종자는 코로나 사망 20%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유아·청소년기 필수 예방접종인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앤드루 리치먼·다냐 마야다스 교수팀은 1일 의학저널 '메드'(Med)에서 MMR·Tdap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중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혈액 내 면역세포 실험과 입원·사망률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백신은 인체 면역체계에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같은 병원체를 인지하고 이와 싸우는 기억 T세포와 B 세포 등을 만들어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전에도 MMR·Tdap 백신이 유도한 기억 T세포가 애초 목표인 홍역·파상풍 병원체 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다른 병원체에도 반응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MMR·Tdap백신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회복기 코로나19 환자의 혈액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서 기억 T세포를 채취한 뒤 이들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및 MMR·Tdap 백신 항원과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다.
이들은 이전 실험에서 코로나19 회복기 환자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과 강하게 반응할 때 MMR과 Tdap 단백질에 대한 반응도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단일세포 RNA 염기서열 분석과 T세포 항원 수용체 분석 결과,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T세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반응하는 항원 수용체가 MMR·Tdap 항원 단백질과 반응하는 항원 수용체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와 MMR·Tdap 백신을 맞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혈액 속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MMR·Tdap 백신 항원 모두에 반응할 수 있는 T세포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과 협력해 지난해 3월 8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오하이오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된 7만5천명의 치료 기록을 분석해 MMR·Tdap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에 MMR 예방 접종을 받은 환자들은 접종받지 않은 환자보다 입원율이 38% 낮았고 중환자실(ICU) 입원·사망률은 32% 감소했다. 또 Tdap 예방 접종을 받은 환자들도 입원율과 ICU 입원·사망률이 각각 23%와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MMR과 Tdap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메모리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다시 활성화돼 면역체계가 조기에 대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증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야다스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일상적 백신 접종이 크게 감소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어린이와 성인에게 모두 일상적인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MMR·Tdap 백신이 코로나19 백신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더 강하게 오래 지속되게 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백신을 구할 수 없는 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게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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