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쟁이 20년 만에 끝났습니다.
8월 30일 밤 11시 59분 미군이 모두 떠났고, 아프간은 다른 세상이 됐습니다.
탈레반은 마지막 미군이 떠나자 밤하늘에 축포를 쏘았습니다.
날이 밝자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등 탈레반 간부들은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공항 안팎에서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습니다.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철수하고, 탈레반 대원들은 신식 무기로 무장했습니다.
미제 군복부터 드론, 야간투시경, M16, 험비,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까지.
탈레반 대원들은 미군이 아프간 정부군에 지원한 군용기를 모조리 손에 넣고, 조종석에 앉아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미군은 떠났고, 정권은 탈레반에 넘어왔기에 시민들은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주요 도시에는 탈레반의 승리를 축하하는 거리 행진과 잔치가 열렸습니다.
탈레반은 과거 5년 집권기(1996년∼2001년)와는 다른 '정상국가' 건설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길목 곳곳 검문소에 무장 대원을 배치하고, 눈에 거슬리는 광고판을 찢거나 덧칠하는 등 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거나 탈레반에 트집잡힐까 봐 집 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남녀 합반만 하지 않으면 여학생도 공부할 수 있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돈을 찾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미국 등 국제원조가 끊길 전망에 아프간 경제는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탈레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아프간 소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하루를 살아갑니다.
카불 시내 거리에는 빵을 파는 소년과 풍선을 파는 상인이 돌아다니고, 공원에서는 배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 세계로 흩어진 아프간 난민들은 안도감과 두려움, 걱정이 뒤섞인 심정입니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빈손으로 새로운 삶을 일궈야 합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