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야마다 "결코 잊어선 안 돼"…극우단체 맞불 행사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도식이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일조(日朝)협회 도쿄도연합회와 일본평화위원회 등이 참여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실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을 개최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일본 간토(關東) 지역을 강타한 규모 7.9의 강진을 말한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에 살던 조선인 수천 명 등이 일본의 자경단원, 경관, 군인의 손에 학살됐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학살된 조선인 수는 6천661명에 달한다.
일조협회는 1973년 요코아미초 공원에 추도비를 세우고 매년 이곳에서 추도식을 열고 있다.
올해 추도식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만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인 야마다 요지(90·山田洋次)는 추도 메시지를 통해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해 일본어도 잘하지 못하는 가운데 열심히 살았던 많은 조선인이 간토대지진의 패닉 상황에서 차별과 편견에 의한 폭력으로 살해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5년째 거부했다.
역대 도쿄도 지사들은 매년 추도문을 보내왔지만, 고이케 지사는 2017년부터 보내지 않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6천여명이 학살당했다는 추도비의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우익 진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극우 단체인 '간토대지진 진실을 전하는 모임, 소요카제(산들바람)'는 이날 요코아미초 공원 한쪽에서 일본 시민들의 항의 속에 맞불 위령 행사를 열었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이 단체는 "6천여명 학살은 거짓"이라며 일본인의 격을 떨어뜨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이날 연합뉴스의 행사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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