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정점으로 하는 '신정일치' 이란과 유사 정치형태"
바라다르·야쿠브 등 탈레반 고위 간부도 핵심 보직 맡을 듯
(뉴델리·브뤼셀=연합뉴스) 김영현 김정은 특파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수장으로 한 새 정부 체제를 곧 공개한다.
2일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탈레반 지도부는 새 정부 형태와 내각 구성 관련 논의를 마쳤으며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탈레반 대변인인 빌랄 카리미는 이날 EFE통신에 새 정부 관련 내용이 며칠 내로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 일부 언론은 이 시점을 3일로 전망했다.
새 정부의 수장은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가 맡게 될 것이 유력시된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인 에나물라 사망가니는 톨로뉴스에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의 지도자가 될 것이며 이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다. 그는 최고 지도자 자격으로 정치, 종교, 군사 분야의 중요 결정을 내린다.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그는 그간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방도 늘 묘연해 은둔하며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칭은 '신도들의 리더'(Leader of the Faithful)다.
아쿤드자다가 정부의 리더 역할을 하지만 행정 등의 실무 책임자 자리는 그 아래 별도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분석가인 모함마드 하산 하키아르는 톨로뉴스에 "새 시스템의 명칭은 '공화국'(Republic)이나 '토후국'(Emirate)은 아닐 것"이라며 이슬람 정부(Islamic government) 형태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쿤드자다 아래의 총리나 대통령이 그의 관리 아래에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쿤드자다가 최근 주재한 3일간 회의에서 새 정부 형태로 이란과 비슷한 정치 체제가 제안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신정일치의 이슬람공화국 체제지만 입법부 의원과 행정부 수반(대통령)은 직접 선거로 선출한다.
기존 탈레반 조직의 고위 인사들도 새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통신은 탈레반이 '조직 2인자'로 탈레반 창설자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외무장관에,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무하마드 야쿠브를 각각 국방장관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탈레반은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인 칼릴 하카니를 내무장관에 내정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하순 재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대행에 굴 아그하, 사드르 이브라힘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보국장에는 나지불라가 낙점됐고, 주지사와 경찰청장 등도 임명되는 등 탈레반은 이미 인사 작업을 일부 진행해오고 있었다.
탈레반은 그간 새 정부는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의 주요 보직에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가 포함될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여성은 이 인선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탈레반 측은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를 국호로 사용했으며 지금도 탈레반은 이를 자신들의 정식 조직 이름으로 활용 중이다.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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