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돈줄 차단한 美, 인도적 지원은 숨통 '투트랙'

입력 2021-09-02 07:04   수정 2021-09-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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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돈줄 차단한 美, 인도적 지원은 숨통 '투트랙'
인도적 지원 특별허가 조치…예치금 틀어막고 IMF·WB 자금은 차단
미국민 대피·인권 존중 등 탈레반 압박카드 사용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의 자금줄을 옥죄면서도 인도적 지원 통로는 남겨두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프간전에서 20년간 싸운 적이자 제재 대상인 탈레반과, 아프간 국민이 겪을 인도주의적 위기를 분리 대응함으로써 인도적 재앙을 피하면서도 대(對) 탈레반 협상력은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25일 아프간의 인도적 지원을 승인하는 특별 허가 조처를 했다. 미 정부와 계약자들이 내년 3월 1일까지 음식과 의료품 전달 등 아프간 국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이다.
탈레반은 미국의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 대상이어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 것은 물론 미국인과 자금, 재화, 서비스 등 거래가 금지돼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아프간 인구의 거의 절반인 1천800만명이 생존을 위한 긴급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인도적 재앙 위기를 경고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했다.
미 당국자는 "이번 조처가 인도적 지원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이 지원이 탈레반에 전달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비정부기구나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기구를 통해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탈레반의 자금줄 자체를 옥죄며 경제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했다. 아프간 측 자산은 90억 달러로 이 중 70억 달러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향해 진격하자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수송을 중단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통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탈레반 돈줄 차단에 나섰다.
IMF는 지난달 18일 아프간에 예정한 4억5천만 달러의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했다. SDR은 달러, 유로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
WB도 지난달 24일 아프간 대출 중단 입장을 밝혔다. WB는 아프간에서 20여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2002년 이후 총 53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
탈레반 자금줄을 막으면 마약 판매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이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이를 두고선 향후 탈레반과 각종 현안 협상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미처 대피시키지 못한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의 국외 이송이 최대 과제로 대두해 있다. 탈레반의 자국민 탄압 방지, 여성 등 인권 보장을 비롯해 미국이 유리한 쪽으로 탈레반을 이끌려면 압박 카드가 필요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잔류 미국인의 대피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가진 경제적 지렛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 한 푼도 (탈레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아프간인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거나 지지한다면,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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