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노획 미제무기로 '세 과시' 퍼레이드…승리 자축

입력 2021-09-02 09:17   수정 2021-09-02 11:21

탈레반, 노획 미제무기로 '세 과시' 퍼레이드…승리 자축
바이든 종전연설 후 보란 듯이 행진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1일(현지시간) 노획한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와 군 장비를 이용해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날 AFP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외곽 고속도로를 따라 미국제 녹색 험비와 무장 차량이 줄지어 달렸다.
아프간 제2의 도시인 칸다하르는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탈레반에게는 '정신적 고향'과 다름없다.
퍼레이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한 대국민 연설을 한 뒤 보란 듯이 열렸다. 탈레반이 미국제 전리품으로 전쟁 승리를 자축하고 선전한 것이다.
행렬에는 수많은 탈레반 깃발이 나부꼈다. 상공에는 헬기 한 대가 날고 있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미국제 UH-60 블랙호크 기종으로 추정되는 헬기가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탈리브 타임스는 이 영상에 대해 "우리의 공군! 현재 이슬람 토후국의 공군 헬기들이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며 도시를 순찰하고 있다"고 적었다.
탈리브 타임스는 탈레반이 새 국명으로 내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의 공식 영어 뉴스를 표방하고 있다.
블랙호크의 비행에 대해 AFP 통신은 공군력이 없었던 탈레반이 아프간군 조종사를 포섭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탈리브 타임스는 미국이 아프간군에 원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수송기, 장갑차, 전투기 등 다수 노획 무기들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간군에 소총 35만여정, 기관총 6만4천여정, 수류탄 발사기 2만5천여개, 지프 차량인 험비 2만2천여대를 제공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아프간군에 추가로 제공된 험비는 3천여대, M4 소총는 3천500여정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량이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이 더이상 러시아제 AK-47 소총을 들고 낡은 민간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반군이 아닌 것이다.
또, 탈레반은 블랙호크 외에도 상당량의 아프간군 항공기를 노획한 것으로 보인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아프간 공군은 공격용 헬기를 포함한 항공기를 모두 167대 운용하고 있었다.
기종은 다목적 헬기 블랙호크를 비롯해 MD-530F 무장헬기, 러시아제 헬기 MI-17, 브라질제 A-29 경공격기 등이다.
다만 부품과 조종·정비인력 부족 등으로 탈레반이 항공기를 운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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