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정여부 美 '딜레마'…中 인정 기류 속 동조자 규합

입력 2021-09-02 11:37   수정 2021-09-02 11:56

탈레반 인정여부 美 '딜레마'…中 인정 기류 속 동조자 규합
탈레반 정부구성 앞두고 주판 두드리기…프·영 '조건충족시 인정' 시사


(베이징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김용래 기자 = 탈레반이 이끌 아프가니스탄의 정부를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각국이 '주판알 두드리기'에 분주하다.
쓰라린 기억을 안고 아프간을 떠난 미국은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고, 아프간에서의 테러세력 발호를 걱정하면서도 전략적·경제적 기회를 모색하는 중국은 '인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동조할 나라를 찾는 모양새다.

◇ 美, 인정하자니 '인권외교' 걸리고, 안하자니 '안보' 걸리고
지난달 31일자로 현지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킨 미국은 전쟁에서의 주적(主敵)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할 것인지를 놓고 복잡한 셈을 해야 하는 처지다.
당장 아프간 전쟁의 실패에 대한 비난과 탈레반의 재집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직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단시간 내에 탈레반을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 추진한 철군이 국내외 여론의 격한 반발에 봉착한 상황에서 인권 침해와 과격주의 전력을 가진 탈레반을 인정했다가 자국내 여론이 더 악화하면 '인권'을 강조하는 정권의 대외정책이 초반부터 꼬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법 하다.
미국의 인정은 탈레반에게 그들의 통치 방식에 대한 '그린 라이트'를 준 것으로 국내외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의 고민거리다. 또 미국의 탈레반 정권 인정은 외교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 뿐 아니라 달러 중심 국제 금융시스템이 '탈레반의 아프간'을 받아들이느냐는 문제와도 직결되기에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클 전망이다.
하지만 아프간 일대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국제 테러리즘의 최대 온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 앞에서 미국으로선 아프간을 이미 실질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한 탈레반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탈레반에 대한 관여정책을 취하지 않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점도 미국의 고민을 더한다.
아프간이 테러세력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안보에 이익이라는 명분을 들어 인권 개선,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조건부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소극적 관여정책'을 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미국과 탈레반이 서로를 완전히 용인할 수도 없고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관계를 이어가면서 협력과 갈등, 타협과 경쟁 사이에서 수년 또는 수십 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중국, 인정 방향으로 가닥 잡은듯…시기 고민하며 동조세 규합 시도

중국은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이후부터 사실상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일관되게 해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탈레반 정부 인정 여부를 질문받자 "중국과 아프간은 우호국으로, 양국은 상대에게 손해를 입힐 생각이 없고 양국은 서로 지지한다"고 답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왕 대변인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중국은 해오던 대로 모든 아프간 인민을 위한 우호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아프간의 주권독립 및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아프간이 조기에 평화로운 재건을 하도록 힘이 닿는 대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타부타 즉답을 피한 채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현재 권력을 잡은 탈레반 정권을 받아들이는 뉘앙스였다. 게다가 왕 대변인은 "아프간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하고, "아프간은 영웅적인 나라이며 역사상 굴복한 적이 없다"는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주석의 생전 발언을 소개하는 등 탈레반 측이 들으면 반길 발언들을 했다.
아울러 중국은 각종 외교 협의 계기에 아프간 해외자금 동결 등 서방발로 나오는 탈레반 제재론에 명확히 선을 그으며 탈레반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일 프랑스 대통령 외교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일방적 제재의 오랜 폐단을 없애야 한다"면서 "아프간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툭하면 제재를 가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하고 효과를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 같은 기조는 탈레반 정권과의 협력하에 신장(新疆)위구르 독립지지 세력의 중국 진입을 막고, 아프간 내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 수주 등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가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도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권의 '환골탈태' 여부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탈레반 정권 인정을 선언했다가 거센 서방발 인권 공세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제사회 동조 여론을 모으며 지지 천명의 적절한 시기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프랑스는 인도주의 규범 준수, 희망하는 아프간 국민의 출국 허용, 모든 테러 세력과의 관계 단절, 여성 등에 대한 권리 존중, 인도주의 원조 수용, 포용적인 정부를 명시한 헌법 제정 등을 탈레반 정부 인정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영국은 테러 세력의 아프간발 공격을 저지한다면 외교적으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조이며, 러시아는 향후 탈레반 정권의 행동을 보아가며 인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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