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상화폐 등 위험요인 공동대응 합의"
전임자들과 달리 상견례 외부노출 최소화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비공개로 첫 회동을 하고,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 디지털화 대응 등에 소통과 화합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일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금융위원장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정 원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두 기관이 "한 몸으로 협력하자"는 의지를 표현했다.
고 위원장은 양 기관 간 진솔한 대화와 적극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또 금감원이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예산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정 원장도 고 위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금감원이 정책·감독에서 금융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이 시장과 현장 가까이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금융위의 정책 결정 및 추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코로나19 위기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가계부채 등 우리경제에 누적된 잠재리스크의 뇌관을 미리미리 제거해 나가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 디지털화 진전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위험요인 발견 시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한 정 금감원장은 예상된 회동 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약 50분간 고 위원장 집무실에 머물렀다.
두 수장은 가계부채 대책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외에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징계 취소소송 패소 후속 조처와 금융회사·경영자 제재 의결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 '긴밀', '돈독' 강조하면서도 화기애애한 '연출'은 없어
두 수장의 첫 회동은 전임자들과 달리 화기애애한 장면 연출 없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2018년 학계에서 발탁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취임 이튿날 금융위원회를 찾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을 만났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감독 대상 기관인 금감원을 방문함으로써 13세나 연장인 윤 전 금감원장을 예우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두 전임 금융위원장과 윤 전 금감원장의 첫 회동 일정은 사전에 공지돼 로비 또는 복도에서 화기애애한 영접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겼으나 이번에는 만남 후 자료만 배포됐다.
상견례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금감원장 쪽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징계 취소 청구소송 패소 등 두 기관의 입장이 갈릴 수 있는 현안 질문을 받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 역시 행정고시 동기이면서 서울대 1년 선배인 정 원장의 뜻을 존중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의기투합해 두 기관의 관계를 개선하고 긴밀하게 공조하자는 메시지를 부각하고자 일정을 사전에 노출하지 않기로 두 기관이 협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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