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입 가능성에 '촉각'…주변국 지원 강화 모색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고국을 탈출한 아프간인들의 대규모 유입에 대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현 아프간 상황이 시리아 등 중동에서 유럽으로 100만 명이 넘게 밀려들었던 2015년 유럽 난민 위기를 재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유럽 난민 위기는 EU 회원국 사회, 안전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반(反)이민 정서를 키운 바 있다. 또 이 같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회원국 사이에서 불화를 야기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 등 유럽 도시에서 이어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유럽 지역에서 주로 이슬람교도인 중동, 아프리카발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강화했다.
최근 열린 EU 회원국 내무 장관 회의는 이 같은 우려를 그대로 드러냈다.
아프간인의 대규모 유입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모인 이들은 회의 뒤 성명을 통해 "과거 직면했던 제어되지 않은 대규모 불법 이주 움직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프간 주변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이날 회의는 반(反)난민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회원국 사이의 분열도 드러났다.
2015년 이후 새로 유입된 난민의 대다수를 받아들인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부 장관은 EU의 난민 정책의 목적은 "사람들이 고국 가까이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회원국이 자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체코, 덴마크, 헝가리, 폴란드는 아프간인들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 장관은 오스트리아 등을 비판하면서 난민 모두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히고 EU는 아프간 난민들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제호퍼 장관은 난민들을 주로 받는 EU 내 대국들의 문제를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들이 안보 위험 요인이 아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티아스 테스파예 덴마크 내무 장관은 "정치적 신호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유럽으로 와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알레시 호이스 슬로베이아 내무 장관은 "우리는 이번 상황이 다시 EU 땅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아프간인 수용에 관한 공동 정책에는 합의하지 못하고 의사가 있는 회원국들만 여성, 어린이 등 취약자들을 우선으로 해서 재정착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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