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끼리 통하나…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 탈레반 찬양한다

입력 2021-09-02 20:16   수정 2021-09-02 22:07

극단끼리 통하나…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 탈레반 찬양한다
온라인에 '우리도 본받아 내전 갈까' 소곤소곤
"서부백인들 탈레반 농부들만큼 용기냈다면"
난민은 혐오…미 정부, 내란선동·증오범죄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한층 고무된 현지 극우주의자들의 부상을 다시 경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하던 극우주의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이 음모론 확산이 폭력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라며 국내 극우주의자가 미칠 위협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최근 반정부 극단주의자 등이 아프간을 다시 손에 넣은 탈레반을 동경하는 경향을 보이고 내란 선동으로까지 이어질 기미가 보이자 정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CNN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코헨 국토안보부 정보분석국장은 지난달 27일 사법당국 관계자들과 한 통화에서 최근 반정부주의자나 백인 지상주의자 등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탈레반의 활동을 성공으로 규정하거나 미국 내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탈레반은 8만가량의 병력으로 아프간 내에서 파죽지세로 진격하며 서방의 지원을 받았던 정부군을 단기간에 몰아냈다.
이에 극단주의자들은 중무장하지 않은 반란 세력이 세계적인 강대국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점을 들어 탈레반에 감탄하고 심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백인 지상주의자들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는 미국 비정부기구 사이트(SITE) 인텔리전스그룹은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탈레반의 점령을 '조국, 자유, 종교에 대한 사랑에 관한 교훈'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으며 이번 아프간 사태로 힘을 얻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 극우단체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농부와 최소한의 훈련을 받은 이들은 '글로보호모(globohomo, 글로벌리스트를 폄훼하는 단어)'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며 "만약 서부 백인 남성들도 탈레반과 마찬가지로 용기가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유대인 지배하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 산하 극단주의센터의 조애나 맨델슨 부소장은 극단주의자들이 현 사건을 그들의 서사와 세계관과 엮어 편협한 세계관을 상황에 끼워 맞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큐어넌(QAnon)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옹호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취임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 극단주의자가 내란 선동을 넘어 극단적인 반난민 정서에 빠진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가 대피시킨 아프간 조력자 등이 미국에 재정착하면 이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헨 국장은 "아프간인 등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오면 백인들의 통제력과 권위가 사라질 것이라는 음모론에 집중된 담론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다"면서 "이것이 이민자 공동체나 특정 신앙 공동체, 또는 미국으로 이주 온 사람들을 향한 폭력적인 행위까지 선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SITE에 따르면 익명의 공간에서 난민 지원단체에 대한 공격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맨델슨 부소장에 따르면 백인 지상주의자와 반이슬람 활동가 등은 난민을 위험한 범죄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를 외치며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까지 신빙성 높은 위협 징후나 실질적인 온라인 극우주의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련 온라인 담론이 계속 나오면서 이념이나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이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인들이 미국에 도착하고 재정착할 경우 반이민 정서 속에 위협 표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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