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부출범 막바지 준비…공식발표는 다소 미뤄질 듯(종합2보)

입력 2021-09-03 20:23  

탈레반, 정부출범 막바지 준비…공식발표는 다소 미뤄질 듯(종합2보)
"3일 발표 전망서 4일 이후로"…내부 갈등설도 흘러나와
아쿤드자다, 최고 수장 유력…정부는 바라다르가 이끌 듯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이윤영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공식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출범 발표 시기는 애초 전망보다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EFE통신에 이날 오후 내각 명단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부정확한 선전이자 루머"라며 "새 정부 발표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초 이날 오후 금요 예배 후 내각 명단이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던 AFP통신도 탈레반 대변인을 인용해 "일러도 토요일(4일)까지는 새 정부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 내용을 수정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발표 연기 이유 중 하나가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 간의 의견충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1990년대 후반 탈레반과 손잡은 극단주의 조직이다. 2017년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트럭 폭탄 테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는 외부 세력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기는 했지만 정책 노선 등에서는 종종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역시 새 정부의 최고 수장을 맡고, 그 휘하에 정부 행정 실무를 책임질 대통령이나 총리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시됐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으로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면서 정치, 종교, 군사 등 중요 분야의 결정을 내려왔다.
아쿤드자다는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처럼 국가의 영적 최고지도자로 추앙받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탈레반 조직의 고위 인사들도 새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디언은 '조직 2인자'로 탈레반 창설자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내각 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라다르가 새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무하마드 야쿠브, 셰르 모함마드 압바스 스타네크자이 탈레반 도하 정치사무소 대표도 고위 보직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하지만 정부 체제나 아쿤드자다와 바라다르의 구체적인 역할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스푸트니크통신은 바라다르와 야쿠브가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에 각각 내정됐다며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칼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탈레반은 또 지난달 하순 재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대행에 굴 아그하, 사드르 이브라힘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히는 등 일부 내각 인사 명단은 이미 공개했다.
탈레반 지도부가 통치를 위한 고위 의사 결정 기구 '12인 위원회'를 꾸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스푸트니통신은 이 위원회에 바라다르, 야쿠브 등 탈레반 지도부를 비롯해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등 정부 측 고위 인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내각 명단 발표와 함께 새 정부 출범을 선언하면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전쟁 개시로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20년만에 다시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하게 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정권을 잡았던 탈레반은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엄격하게 적용해 사회를 통제했다.
하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로는 20년 전과 다른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해왔다.

cool@yna.co.kr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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