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교육과 일할 기회 달라…20년 전과 달라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여성 인권 탄압의 대명사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20년 만에 다시 잡은 상황에서도 '용감한 여성' 수십 명이 거리로 나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를 달라며 "새 정부에 여성도 끼워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3일 톨로뉴스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 헤라트시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수막에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 참가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여성의 권리를 지켜달라.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시켜 달라"며 "지난 20년간의 진전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라"고 탈레반에 요구했다.
이들은 헤라트 주지사 집무실로 행진한 뒤 탈레반 대원들과 대치했다.
여성들은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고 외치며 서로를 독려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이 불가능했다.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도 진출했다.
이날 시위 주최자인 사비라 타헤리(31)는 "(탈레반 집권 후) 지난 2주 동안 집 안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며 "충분하다. 이제 침묵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도 같이 일하자"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게 덧칠하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였다.
타헤리는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앞줄에 서겠다고 말했다"며 "탈레반은 우리를 거리에서 볼 거라 생각 못 했기에 놀랐고,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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