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로나 백신과 생리불순' 연구 지원…공론화 학자 2명 빠져

입력 2021-09-03 15:01  

미 '코로나 백신과 생리불순' 연구 지원…공론화 학자 2명 빠져
국립보건원 "생리불순·무월경 등 보고"…상관관계 확인키로
15만명 사례 수집하며 문제 제기 두 여성학자, 지원대상서 제외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백신과 생리불순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NIH는 이번 주 초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월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5개 연구기관에 향후 1년간 총 167만 달러(액 2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NIH는 "일부 여성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생리불순과 무월경 등의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백신 접종 후 이런 변화가 백신 자체와 연관돼있는지,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에 관한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며 "연구진은 백신과 연관된 생리 변화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IH 기금 지원 대상에는 보스턴대학, 하버드 의대, 존스홉킨스대학, 미시간 스테이트대학,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등 5개 대학 연구팀이 선정됐다.
연구기금은 NIH 산하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아동건강 인간발달연구소(NICHD)와 NIH 여성건강연구사무소(ORWH)가 지급한다.
NICHD 소장인 다이애나 비앙키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이 생리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 가임기 여성들에게 접종 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백신 접종에 대한 망설임을 줄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NIH는 "생리주기는 신체 조직·세포와 호르몬 간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통제된다. 수많은 요인이 생리주기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이 면역 세포와 자궁 내 신호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것이 생리주기의 일시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리 변화를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팬데믹과 관련한 스트레스, 이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인 'SARS-CoV-2' 감염 등을 꼽았다.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두 여성 학자가 지난 4월 시작한 '백신 접종 후 생리 불순' 사례 수집 노력이 큰 관심을 끌자 NIH가 상관관계 연구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두 학자는 일리노이대학(어바나 샴페인) 생물인류학과 캐서린 클랜시 교수와 워싱턴대학 의대(세인트루이스)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캐서린 리다.
그러나 정작 클랜시 교수의 사례 연구는 NIH의 연구비 지원 대상이 되지 못했다.
클랜시 교수는 지난 2월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생리주기 변화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즉각 수백 명의 여성이 답글로 각자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두 연구자는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 4월 7일 사례 수집에 착수했고, 지금까지 1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트리뷴은 전했다.
클랜시 교수는 최근 본인 트위터를 통해 "NIH에 연구비 지원 신청을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탈락했다"며 "NIH는 백신 접종 후 생리 변화에 대한 유일한 프로젝트에 기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연방 지원금은 통상 돈 많은 연구실로 간다. 우리 같은 '슬로우 사이언스'(slow-science)를 하는 여성 학자들의 연구실로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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