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과거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조성된 일본풍 거리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 영업 시작 2주도 안 돼 문을 닫았다.
3일 일본매체 닛케이 중문판 등에 따르면 일본 교토(京都)를 본떠 만들었던 이 쇼핑가는 지난달 2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달 1일께 현지 정부의 지시로 영업을 중단했다.
쇼핑가 측은 "이미 시 운영을 끝냈다"면서 "운영 기간에 생긴 문제와 관련해 영업을 중단하고 정돈 중이다. 정식 영업시간은 별도로 통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한 부동산 업체는 일본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다롄에 60억 위안(약 1조원)을 들여 일본풍 거리를 조성하고 일본산 제품 판매의 근거지로 만들고자 했다. 2019년 착공해 이번에 29개 상점이 입점한 거리가 문을 열었고, 2024년 전체 프로젝트를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다롄의 경우 과거 직접적인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쇼핑가 운영 소식이 알려진 뒤 비판여론이 일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일본의 문화 침략이다", "애국심 있는 중국인이라면 일본풍 거리에서 관광하고 소비하지 말라", "거리 이름을 '국치 거리'로 바꾸라"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라인 백과사전 바이두 바이커에 따르면 다롄 관할구역인 뤼순(旅順)에서는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의 학살로 2천~2만명 사이로 추정되는 중국인이 숨졌다. 또 다롄은 1904~1905년 러일전쟁의 전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1945년까지 일제 침략의 피해를 보았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지 부동산중개인을 인용해 오는 18일이 일제가 중국을 침략했던 만주사변 발발 기념일인 만큼, 최소한 이때까지는 쇼핑가 영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광둥성에 있던 일본풍 거리도 지난해 10월에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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