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두송이 1만5천원, 배 작년보다 21%↑…야채·고깃값도 '껑충'
4인 기준 차례상 비용 30만원 안팎 들 듯…소비자들 '한숨'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권혜진 이영섭 기자 = "사과, 자두, 수박 어느 하나 꼽을 것 없이 과일값이 다 올랐어요. 싼 곳을 찾아 4∼5군데 둘러봐야 해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김민희(42)씨는 최근 들어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2주가량 앞둔 이날 장바구니를 든 고객들은 추석 성수품 가격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부(63)는 "싼 게 없다. 싸 보이는 물건도 다 카드 행사 상품이라서 카드 없으면 몇천 원씩 더 줘야 한다"며 "크지 않은 사과도 5개를 1만원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부는 "계란이 계속 비싸다"며 "유기농 제품은 10% 할인을 적용해도 15알이 1만원"이라고 했다.
이날 매장에서 포도는 두 송이가 1만5천원에 팔렸다. 계란은 동물복지유정란의 경우 10% 할인을 받아도 10개에 7천∼8천원 수준이었다.
◇ "과일도, 달걀도, 고기도 안 오른게 없어요"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전통시장에서도 손님과 상인들은 과일, 계란, 고깃값이 비싸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과일가게를 찾은 40대 조모씨는 "복숭아 한 박스가 3주 전에는 2만원이었는데 오늘은 2만8천원"이라며 허탈한 듯 웃었다.
이 가게 직원은 "배는 2개에 5천원인데 한 달 전에는 4천원대였다"며 "추석에 가까워질수록 과일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달걀 가게를 운영하는 구모(63)씨는 작년에 한 판(30개들이)에 5천500원이던 달걀이 최근 들어 6천500∼7천500원 한다고 전했다.
시장 안 정육점에선 국내산 삼겹살 1근 값이 1만5천원이었다. 주인 황모씨에 따르면 두 달 전에는 1만1천∼1만2천원이었다.
다만 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상품값이 적게 오른 편이라고 말한다.
손에 파를 든 한 고객은 "재래시장은 크게 물가가 오른 것 같지 않다"면서 "일부 과일이 비싸긴 한데, 채소를 비롯해 전체적으로는 값이 뛰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 줄줄이 뛰는 성수품 가격…"차례상 비용 30만원 안팎"
최근 추석 성수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1년 전보다 54.6% 뛰었다.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쌀(13.7%), 돼지고기(11.0%)도 오름폭이 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배(10개·이하 소매 상품 기준) 가격은 3만2천791원으로 1년 전보다 21.3% 뛰었다.
축산물 가운데 계란(중품·30개)은 6천747원으로 25.3% 올랐다. 돼지고기 삼겹살(냉장 중품·1㎏)은 2만7천200원으로 15.9% 상승했다.
이처럼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추석엔 4인 기준 차례상을 마련하는데 작년보다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달 30∼31일 서울 25개 자치구 88개 시장과 유통업체에서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의 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으로 평균 30만369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1차 조사 때 평균 비용(27만4천768원)보다 9.3% 증가한 것이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이용 시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이 27만4천500원으로 작년보다 1.5% 늘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38만3천820원으로 2.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