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vs 민주진영 대표 대사 자리 격돌…"민주주의 지지하느냐로 해석될 것"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군부 쿠데타 실패해야…국제사회, 긴급하고 결연한 행동 필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국민과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통합정부(NUG)를 대표하는 제가 주유엔 미얀마 대사로 인정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이달 중순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가 쿠데타 군사정권의 꼭두각시가 아닌, 민주진영을 대리하는 자신을 유엔 미얀마 대표로 지지해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달 연합뉴스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엔은 이달 9개국이 참여하는 자격심사위원회에서 미얀마 대사 교체 여부를 심사한 뒤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자격심사위를 통해 결정을 미루거나 대사직을 공석으로 놔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 군부가 2월 쿠데타를 감행한 이후 이를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해왔다.
이러자 미얀마 군정은 대사 교체를 시도해왔다.
군정 외교장관인 운나 마웅 르윈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군 출신 인사인 아웅 뚜레인을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며 대사 교체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군정에 맞서 4월 말 구성된 NUG는 문민정부 시절 임명된 초 모 툰 대사가 대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초 모 툰 대사 암살 모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인 무기 거래상과 공모한 뉴욕 거주 미얀마인 2명이 대사를 암살하거나 해를 입히려다 사전에 발각된 것이다.
초 모 툰 대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암살 모의 사건이 쿠데타 군사정권에 반대해 온 자신의 행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수사 보고서에 그런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암살 모의의 배후가 미얀마 군사정권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번 사건은 미얀마 국민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라며 "추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수사 당국의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초 모 툰 대사는 그러나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과 이목이 쏠린 유엔 대사 교체 문제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반년이 훌쩍 넘은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유엔의 대응에 대해서는 "6개월이 넘었지만 사실상 아직 아무 해법도 나오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쿠데타 2개월이 넘어서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군부의 민간인 살해에 대한 규탄 성명이 나온 데 대해 "절망적인 생각도 들었다"며 "만약 국제사회가 이런 조치를 더 일찍 했다면, 우리는 더 많은 무고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이나 사무총장이 성명을 내는 등 노력하고 있는 걸 알지만, 하루건 한 시간이건 더 기다리게 되면 더 많은 시민이 잔혹한 군부에 의해 희생된다"며 "그래서 우리가 유엔을 상대로 긴급하고 결단력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유엔 총회의 대사 자격심사 문제에 대해서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유엔의 입장은 명확하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미얀마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며 "미얀마 국민의 메시지와 바람을 전달할 수 있는 자신이 유엔에서 미얀마 대표로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 국민은 이 군부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도 이 군사 정권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NUG를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군정이 개인에 대한 산소 공급을 제한한 점 등을 지적하며 "반인도적 범죄"라면서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온 것을 차용한 것으로,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지만,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초 모 툰 대사 자신도 쿠데타 한 달이 채 안 됐을 때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비난하는 연설을 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해보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군부 쿠데타는 반드시 실패하고, 민주주의는 성공해야 하며 우리의 투쟁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사회가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개입을 위해 결연하게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호소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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