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만 10번…재임 1천일 맞는 위기관리자 홍남기

입력 2021-09-04 09:36  

예산편성만 10번…재임 1천일 맞는 위기관리자 홍남기
본예산 3번·추경 7번…코로나 경제위기서 사령탑 역할
부동산 시장 아킬레스건…물가·국가채무 등 당면과제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천일을 맞았다.
재임 기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등 성과가 상당하지만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 책임을 함께 진다. 물가 안정과 국가채무 감축도 당면 과제다.
재임 초기 여당에 휘둘렸지만 후반기로 가면서 본인의 목소리를 점차 관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예산안만 10번 편성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이날을 기해 2018년 12월 취임한 이래 1천일이 됐다.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최장수 장관이고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까지 합쳐도 역대 4번째로 재임 기간이 길다.
재임기간 중 가장 큰 공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지난해 3월만 해도 금융시장이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으로 내몰릴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거리두기 강도 격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만 지난해 4번, 올해 2번이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번에 걸친 본예산, 2019년부터 올해까지 7번에 걸친 추경 등 총 10번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경제정책 수장이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역성장 폭을 최소화했고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보면 10대 경제대국 중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제치고 1위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4%대로 V자 회복을 의미한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특별대책을 추진한 것,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급을 안정시킨 것도 홍 부총리의 공으로 꼽힌다.

◇ 부동산이 아킬레스건…물가·국가채무 현안
부동산 시장은 홍 부총리로선 아킬레스건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마련됐으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위치다.
더구나 홍 부총리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금감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다.
최근엔 부동산 시장이 고점이어서 곧 안정될 것이란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했다가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은 홍 부총리에겐 마지막 순간까지 긴요한 과제다.
당장으로 보면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8월까지 5개월 연속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은 많은데 경기는 회복되고 있고 내주부터는 국민지원금까지 풀리면서 정부가 제시한 연간 1.8%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증폭시키다 보니 부채의 규모가 너무 급속하게 커졌다는 것이다.
내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천68조3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후반기로 가면서 현안에 자기 목소리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홍 부총리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 70%에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으로 바뀌는 과정, 추경, 양도세 대주주 중과 등 이슈에서 번번이 여당에 밀리면서 '홍백기'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최근 들어선 국회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빈번할 만큼 소신 발언이 크게 늘었다.
이번 국민지원금 역시 전국민 지급을 주장한 여당에 맞서 상위 88% 선별 지원을 결국 관철시켰다.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의 장점으로 사심 없는 우직함을 꼽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각별하게 신임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를 단점으로 꼽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를 잘 마무리하려면 우직함보다 현안에 대한 스마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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