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만4천년 전 토바호 초화산 연구…"용융 마그마 없이도 분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초화산(supervolcano)이 대폭발 뒤에도 수천년간 더 활동하며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커틴대학교 존 드 레이터 센터의 마틴 다니시크 부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약 7만4천년 전 초대형 폭발을 일으킨 뒤 휴면기에 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의 초화산을 연구해 얻은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지구 환경과학'(Nature-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s)에 발표했다.
지구 최악의 초화산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화산이 분출한 자리에는 현재 제주도 크기에 가까운 칼레라 호수인 '토바호'가 형성돼 있다.
초화산은 일반 화산의 수천배에 달하는 1천㎦ 이상의 분출물을 분화할 수 있는 화산을 지칭하는데, 토바호 초화산은 분화 당시 약 60억t의 이산화황을 분출하며 햇빛을 가려 지구 기온을 3년간 15도나 끌어내리는 '화산겨울'을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토바호 초화산의 대분화 이후 마그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화산석의 타임캡슐인 아르곤과 헬륨 가스 축적량으로 각각 독립적인 시간 기록을 갖는 광물인 지르콘과 장석(長石)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얻은 지질학적 시간 자료와 통계적 추론, 열 모델링 결과는 대분화 이후 약 5천~1만3천년간 칼데라 내에서 마그마가 계속 솟아나왔으며 이후에는 고체화된 남은 마그마의 껍질이 거북의 등짝처럼 위로 밀고 올라왔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이런 결과는 화산 아래에 있는 용융 상태의 마그마만 보고 미래의 분화 위험을 평가해온 기존 연구 결과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기도 하다.
다니시크 부교수는 연구결과와 관련, "이제는 화산 아래서 용융 상태의 마그마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분화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개념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초화산 폭발로 위험이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위험이 수천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분화 가능한 마그마가 언제,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알고, 분화를 전후해 마그마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아는 것은 초화산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지구에는 토바호 초화산을 비롯해 20개의 초화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이중 가장 최근에 분화한 초화산은 기원전 2만6천500년께 뉴질랜드 타우포호 아래서 폭발한 화산으로, 분출량은 토바호 초화산의 3분의 1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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