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 중징계' 항소 고심…법적공방 장기화 전망도

입력 2021-09-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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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손태승 중징계' 항소 고심…법적공방 장기화 전망도
"법원도 은행 내부통제 미흡 질타, 다퉈볼 만" 의견에도 불확실성 확대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중징계 취소 판결 이후 항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법원이 일단 손 회장의 손은 들어줬지만, 내용상 우리은행의 소비자 보호 미비를 질타했다는 점과 징계 사유의 정당성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항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항소가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 제재에 줄줄이 영향을 미치고 금융권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 회장 중징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문을 수령, 오는 17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실무진에서 여러 방안을 갖고 항소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항소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무게를 싣는 의견들이 일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당일 판결 취지를 접했을 때는 금감원 내부에서 일부 침통한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재판부 판결문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제도 미비와 경영진의 '탐욕'을 비판한 점 등을 확인하면서 기류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손 회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게 아니라, 재판부도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잘못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 및 적용을 잘못했다고 판단했지만, 법리 검토 결과 여전히 이에 반하는 의견이 있으므로 다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은 당연히 '준수'를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항소 포기는 금융감독 기조를 일시에 전환하는 것으로 일관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 과거 금감원이 제재 관련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전례 등도 고려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애초 예고된 대로 다른 금융사 CEO 징계 등 파급력이 큰 만큼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DLF 사태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003540] 전·현직 CEO 등의 징계가 지난해 11월 금감원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에 10개월째 계류된 상황이다.
개별 내용은 다르지만, 핵심은 사실상 내부통제 미비와 CEO 징계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는 사건들이다.
징계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소송을 이어지게 되면 제재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피로감이 커지는 점은 금융당국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최종 징계 권한을 가진 금융위와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안에서는 항소 문제를 두고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나온다. 항소를 포기한다면 징계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지만, 항소하자니 다른 CEO 징계를 무작정 보류할 수도 없는 사정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지원과 소통을 강조하며 시장 친화적인 행보를 예고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지난 2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손 회장 징계 패소 이후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향후 금감원 제재 방향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하나은행의 제재심은 늦춰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7월 15일 1차 제재심을 개최했으며, 2차 제재심은 손 회장 선고 이후로 일정을 잡았다. 이 역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CEO 징계가 핵심 쟁점인 만큼, 손 회장 선고 후속 조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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