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원자재 트레이더인 트라피구라와 최대 10년 장기 계약
2024년부터 VLGC 2척 투입해 암모니아·LPG 운송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을 투입하며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자동차선 주력인 해운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수소 사회 실현에 맞춰 수소 가치 사슬(가치 사슬)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3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와 운송 계약을 맺고 2024년부터 암모니아·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트라피구라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석유, 가스, 광물, 비철금속 등을 취급하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다. 작년 매출 173조원과 영업이익 3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헌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가스 운송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최대 10년간 글로벌 수요처에 암모니아와 LPG를 운송하며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천억원을 투자, VLGC 2척을 건조하고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신조 선박은 적재 규모 8만6천㎥로 글로벌 가스 운반선 가운데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LPG 이중연료 엔진과 축(軸) 발전기가 설치된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된다. 축 발전기는 엔진 축의 회전력을 활용해 선박 추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 발전기 자체의 가동 의존도를 낮춰 황산화물 배출을 저감한다.
향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이 개발될 경우 암모니아 추진 엔진으로 개조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LPG 운송 위주인 기존 가스선과 달리 현대글로비스의 VLGC는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해 암모니아까지 운송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척 내외로, VLGC 전체 선대의 10% 이하다.
현재는 암모니아가 주로 비료, 석유화학 용도로만 사용돼 적재 규모 3만5천㎥ 이하의 중소형 가스선으로 운송되고 있으나 향후 암모니아의 대량 운송 시대가 도래할 경우 규모의 경쟁력도 기대된다고 현대글로비스는 전했다.
암모니아는 현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꼽히고 있다.
수소의 운송과 저장을 위해서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꿔야 한다. 기체수소는 운송 용량이 제한적이고, 액화수소(영하 253도 극저온 조건에서 액체 상태인 수소) 방식은 저장 밀도가 낮고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반면 수소에 질소를 결합한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하고 단위 부피당 수소를 1.7배 더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용이하다. 이미 비료와 화학 산업 원료로 폭넓게 활용돼 대부분의 국가에 운송·저장을 위한 기반 시설이 구축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 호주 등에서 그린 암모니아 상용화에 집중하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암모니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 공급을 2030년까지 194만t, 2040년까지 526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밸류 체인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번에 최대 340kg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수소전용 특수차량 '튜브트레일러'를 투입, 충남 당진 수소차용 수소공급 출하센터의 수송용 부생수소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해운그룹 윌헬름센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친환경 수소선박 운영, 수소 해상운송 사업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009540] 등과 함께 작년 세계 최초로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의 첫 단계인 기본 인증(AIP)을 한국선급과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 원자재 기업과 장기 계약을 통해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액화수소까지 운송을 추진해 글로벌 수소 유통 주도권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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