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이시바-노다-기시다 순으로 아베 노선과 거리감"
日전직 외교관 "이시바·기시다 손잡으면 완전 다른 정권"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그 자리를 잇게 될 자민당 총재 선거에 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스가 총리도 계승한 '아베 노선'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아사히신문은 5일 아베 노선과의 거리감을 중심으로 자민당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분석했다.
그들 후보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무조사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 등이다.
일본 헌정사상 가장 길었던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2012·12~2020·9)은 총리관저로 권력이 집중됐던 시기였고, 공무원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등의 폐해를 낳았다.
2017년 아베 정권을 뒤흔든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 관련 공문서 위조 사건은 손타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헌법 개정과 함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아사히는 아베 노선과 선을 긋는 대표적인 인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았다.
그는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아베 전 총리 주도로 전쟁 포기 등이 규정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모리토모 스캔들에도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와 중의원 당선 동기인 노다 간사장 대행도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를 내세우는 등 아베 노선과는 정책적으로 거리가 있다. 선택적 부부 별성은 결혼 후에도 희망하면 부부가 각자의 성(姓)을 사용하도록 인정하는 제도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리버럴(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인으로 분류되나, 자민당 총재가 되기 위해 당내 보수층의 의중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26일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헌법 개정에 관해 "꼭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베 전 총리가 주창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필요성도 언급했다.
고노 행정개혁담당상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에서 "서 있는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는 당내 보수 파벌인 아소(麻生)파 소속이지만, 당의 정책과는 다른 '탈원전'이나 보수층이 반대하는 '모계(母系) 일왕'을 검토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 매년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온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나 아베 전 총리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소속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아베 노선에 가까운 후보라고 아사히는 평가했다.
한편, 한일 관계는 핵심 갈등 현안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커 누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스가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권보다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중심으로 한 정권이 한일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고 일본의 전직 외교관은 전망했다.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 전 레바논 주재 일본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시다와 이시바가 경쟁하지 않고 손을 잡은 자민당 정권이 되고 니카이 간사장이 뒷받침하면, '아베-스가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정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무성 출신인 아마키 전 대사는 2015년 일본의 교전권을 부정하는 '헌법 9조'를 당명으로 하는 인터넷 정당을 창당해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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