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티그라이 반군 "수천명 사살" 발표
'전쟁범죄' 민간인 학살 속출에 서로 비난
"시신들에 고문 흔적…인종청소 국면인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에티오피아 북부 내전으로 최근 1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내전이 대량학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에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간 분쟁이 10개월간 계속되는 가운데 양측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
중앙정부 군은 5천600명 반군이 사망했으며 2천300명이 부상하고 2천명이 포로로 잡혔다고 주장했다.
티그라이 지역 집권 세력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적군' 3천73명이 사망하고 4천473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TPLF는 이는 티그라이 인근 아파르와 암하라 지역 사상자 수라면서 정부군 무기를 압수했다고도 주장했다.
양측은 기간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최근 전투의 사상자 수로 보고 있다.
TPLF를 지지하는 베르하네 게브레크리스토스 전 주미 에티오피아 대사는 정부 측 주장이 거짓이라면서 "지난 5∼6일간 두 지역에서 TPLF가 대대적인 공격을 벌였으며 정부군이 8개 부대를 잃었다"고 말했다.
아비 아머드 에티아피아 총리는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의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과거 27년 동안 중앙권력을 좌지우지한 TPLF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내전을 야기했다.
내전 지역에서는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각한 상태다.
중앙정부와 티그라이 세력은 서로 민간인 대량 살상과 성폭력 등 잔혹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
CNN은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댄 수단 동부의 세티트 강에 남녀 성인은 물론이고 10대 청소년, 심지어 어린이의 시신이 떠내려오고 있으며 일부는 등 뒤로 결박된 손 등 고문 흔적이 눈에 쉽게 띄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 취재진이 수단 접경 마을로 이동하는 하루에 목격한 시신만 3구로, 현장의 목격자들은 이들이 티그라이인들이며 대량 감금과 살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수단에서 시신을 수습한 목격자들, 국제·현지 법의학 전문가들, 수단으로 피신한 사람들 등의 말을 종합하면 에티오피아 내전이 인종청소의 새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쪽으로 에리트레아, 서쪽으로 수단과 가까운 에티오피아의 접경지역 후메라는 정부군과 반군이 번갈아 점령한 마을로, 이곳에 거주하는 티그라이인들이 대거 감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탐사 결과 티그라이인들에 대한 민족 정보 수집, 감금, 살해 등이 국제법으로 규율되는 '제노사이드'(genocide)의 특징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노사이드는 대량살육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탄압과 함께 진행되는 인종청소나 민족말살까지도 일컫는 반인류 범죄다.
앞서 유엔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티그라이로 향하는 구호물자를 차단하면서 이 지역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수십 년 만의 세계 최악의 기근을 피하려면 520만 명에게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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