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보험료 2배 인상했지만 누적적립금은 0.98개월치로 줄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장기요양보험이 보험료의 고율 인상에도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발표한 '2021년 장기요양보험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장기요양보험이 지난 4년간 보험료를 2배 이상 올렸는데도 누적 적립금이 4.4개월치에서 0.98개월치로 줄어들어 고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직장가입자 1인당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2017년 1만3천958원에서 올해 2만9천22원으로 107.9% 증가했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7년 건강보험료의 6.55%에서 2021년 11.52%로 올라 75.9%라는 사회보험 역사상 유례없는 인상률을 기록했고, 최근 4년간 12.1% 인상된 건강보험료율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4년간 건강보험료율과 장기요양보험료율이 크게 올라 두 보험의 합계보험료율은 올해 7.65%를 기록하며 2017년(6.52%)보다 17.3%나 인상됐다.
경총은 통상 고령화가 장기요양보험 지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고령화보다는 수혜 대상 확대·본인 부담 경감 등 보장성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제도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최근 3년(2018~2020년)간 보험 수급자 수가 39.4% 증가했고, 본인 부담 경감자 수도 161.8% 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보험료 고율 인상으로 보험 수입이 늘었는데도 장기요양보험 누적 적립금은 2017년 1조9천799억원에서 2020년 7천662억원으로 61.3%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해연도 적립금이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적립 배율은 2017년 0.37배에서 2020년 0.08배로 급락해 장기요양보험은 재정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경총의 지적이다.
또 부당청구도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2019년 조사대상 854곳 중 부당청구로 적발된 장기 요양기관은 784곳으로, 부당청구금액은 212억원에 달했다.
경총은 매년 반복되는 보험료율 인상만으론 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장기요양보험료율의 안정적 관리와 지출 효율화, 국고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요양 서비스의 질·이용량에 따른 가격 차등화, 보험 적용 대상과 본인 부담 경감제도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분담 차원에서 예상 수입액의 20%로 규정된 정부지원금을 30%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경총은 조언했다.
이형준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장기요양보험 재정 고갈은 이전부터 예견됐지만, 보험료 고율 인상으로 가입자 부담만 늘려온 것 외에는 정부 대책은 없었다"며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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