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기부금 모집 중단…야당 열혈공민은 해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민주진영 단체들이 당국의 압박 속 잇따라 해산하는 가운데,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추모단체가 공개적으로 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련회의 초우항텅(鄒幸?) 부주석은 "경찰은 우리를 '외국 대리인'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안전처는 아무 시민단체에나 외국 대리인이라는 딱지를 붙인 후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정보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지련회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과 마라톤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친중 진영에서는 이 단체의 '일당독재 종식' 강령이 홍콩보안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에는 홍콩 경찰 내 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가 이 단체를 상대로 홍콩보안법 상 '외세와 결탁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국가안전처는 지련회 회원 12명에게 2014년 이후 지련회 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2주 내에 자료를 넘기라고 했다.
국가안전처는 처음으로 홍콩보안법 43조의 세칙5를 적용해 지련회 조사에 나섰다. 이는 경찰에 홍콩과 관련해 외국 대리인 혹은 대만 정치 단체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초우 부주석은 "홍콩은 국제도시로 외국과의 관계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외국과의 관계로 인해 외국 대리인이 된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외국 대리인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련회는 이와 함께 오는 25일 총회를 통해 해산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나, 참석인원 75%의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정관을 고려할 때 가결은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는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香港敎育專業人員協會·PTU)가 해산을 위해 총회 가결 정족수 기준 완화 절차에 들어간 것과 대비된다.
초우 부주석은 "해산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루머와 위협에 주의하고 있지만, 우리 중 일부는 해산을 반대하고 공포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관점에서 많은 핵심 회원들이 구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련회의 기자회견에 국가안전처와 보안국,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은 각각 성명을 내고 법 위반시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한편,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기소 위기에 처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는 '612 인도주의지원기금'(612人道支援基金)은 이날 기부금 모금을 즉시 중단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그간 기금을 관리해온 단체가 더 이상 기금의 지불 요청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해왔다고 부연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국가안전처가 최근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에 기부자와 수령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포함한 정보를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최근 이뤄진 기부금의 환불 여부에 대한 법적 조언을 구하는 등 이번 사태의 해결책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은행 계좌에 약 720만 홍콩달러(약 10억 7천만원)가 예치돼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9년 역사의 독립파 정당 열혈공민(熱血公民)은 지난 3일 해산을 발표했다.
청충타이(鄭松泰) 주석이 충성심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인단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입법회 의원직을 상실한 지 8일만이다.
앞서 또다른 야당인 신민주동맹과 대표적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 등도 당국의 압박 속에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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