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한인 유족 김평겸씨 "아프간 상황 많이 답답"
아들 이름 딴 재단 통해 "다시 없도록 진정한 평화 추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만, 20년이 지나도 잊어버릴 수는 없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애끊는 마음은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에도 변함이 없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겨냥한 테러리스트들의 동시다발 공격으로 숨진 한인 희생자는 모두 21명.
그중 김재훈(미국명 앤드루 김)씨는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금융회사 프레드앨저 매니지먼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6살의 젊은 인재였다.
탄탄대로를 걷던 한인 청년의 불행은 그의 사무실이 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됐다는 것뿐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 속에서 한인 희생자 유족회와 아들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이끌며 묵묵히 지역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힘써온 김평겸(80)씨는 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10여 년 만이라고 했다.
그동안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족의 상처가 덧나면서 힘든 시간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뉴욕과 주변 지역에 살던 유족들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두세 가족만 빼고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으며, 연락도 거의 끊겼다고 한다.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통화에서 김씨는 "테러리스트들이 무엇 때문에 공격한 것인지 그동안 분석이 없었다. (공격 이유와) 무관한 희생자 가족의 입장에서 이게 먼저 설명이 돼야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미국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9·11 테러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공개 요구한 것에도 "20년이 지났으니 이제 진실을 발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동조했다.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줬다가 미군 공격에 몰락하는 듯했던 탈레반이 20주년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했다는 소식은 유족들의 심경을 더 복잡하게 한다.
아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우 답답하다"는 김씨는 "계속 해결이 안 되고 (미국이) 발목을 잡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김씨가 인터뷰에서 "감상적인 아픔"보다 더 부각하고 싶어한 것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평화 노력의 중요성이다.
그는 "아들이 못한 일들을 계속하자고 해서 기념재단을 설립해 장학금도 주고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이름을 딴 추모 테니스장도 지정했다. 매년 소규모지만 대회를 열어 트로피도 준다"라고 말했다. 또 "평화 포럼과 평화 컨설팅을 18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재단의 목적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평화를 추진할 방법은 무엇인지, 좋은 방법이 있다면 항구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 항구적이고 진정한 평화운동의 시초가 되기를 바란다"며 "나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이 중의를 모아서 반영구적인 운동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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