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교육·일할 기회 달라…새 정부에 포함해야" 거리로
(자카르타·테헤란=연합뉴스) 성혜미 이승민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20년 만에 다시 잡으면서 여성 인권이 위협받는 가운데 용감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더 많은 도시로 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측의 강경 진압으로 여러 명의 사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아프간 하아마통신과 SNS에 따르면 전날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새 정부 구성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며 외출을 삼가다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마자르이샤리프까지 4개 주에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진 셈이다.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성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치며 대열을 지켰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앞서 카불의 여성시위는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강제 해산됐다.
해산 과정에 머리를 다친 여성이 피 흘리는 사진도 SNS에 퍼졌다.
AFP 통신은 이날 헤라트에서 벌어진 '반탈레반' 시위대 중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타전했다.
현지 의료진은 AFP 통신에 "시위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시신들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권리 보장 촉구 시위와 병행해 탈레반의 보수적 여성정책을 옹호하는 소수 여성의 시위도 열렸다며 두 시위를 비교하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이 불가능했다.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도 진출했다.
다시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에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특히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달 4일 탈레반 교육 당국은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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