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일으킨 아머드 총리…"변심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
"자신을 메시아로 여겨…탈민족적 자본주의자는 꾸며낸 인상"
"참모습 모르고 평화상 준 것도 문제…포괄적 허가증으로 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평화와 국제협력 달성에 노력함."
내전을 일으켜 1만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게 하고 수백만 명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불과 재작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 받은 찬사다.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에서 국제사회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미국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아머드 총리 '진면모'를 놓친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아머드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변심'해 권력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는 2018년 총리 취임연설에서 자신이 7살 때 '에티오피아 7번째 왕'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했다.
당시 연설을 듣고 내각 구성원조차 웃음을 터뜨렸지만, 아머드 총리는 어머니의 '예언'을 결코 농담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에티오피아 월간지 '아디스 스탠다드' 설립자이자 편집국장인 체델라 렘마는 CNN에 "아머드 총리는 자신을 에티오피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운명을 지닌 메시아라고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렘마 국장은 "아머드 총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탈민족적 현대 자본주의자'로 분식했고 성공신화에 목마른 국제사회가 거기에 넘어갔다"라고 덧붙였다.
아머드 총리가 '탈민족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한때 측근에게서도 나왔다.
아머드 총리와 20년간 친구였고 국영언론사 사장과 정보기관장, 외교장관 등을 지낸 베르하네 키다네마리암은 2018년 7월 아머드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을 소개했다.
현재 정부와 내전을 벌이는 티그라이 출신인 그는 당시 단상에 올라 아머드 총리를 소개하려다가 청중들한테 인종차별적 욕설을 받았다.
키다네마리암은 아머드 총리가 청중들을 책망하길 바랐으나 아머드 총리는 그러지 않았고 추후 이유를 묻자 "잘못된 것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아머드 총리는 개혁이나 민주주의, 인권, 언론자유 등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라면서 "그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그로부터 돈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키다네마리암은 "아머드 총리는 왕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머드 총리는 사실 현재 내전 상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의 '선택'으로 총리가 됐다.
TPLF는 30년간 에티오피아를 철권통치하면서 '민권과 정치기본권을 희생시켜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뤘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철권통치에 지친 시민들의 봉기에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가 사임하면서 개혁을 담당할 인사로 지배계급의 선택을 받은 이가 아머드 총리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아머드 총리는 당시 연정인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 가운데 TPLF를 제외한 3개당을 '번영당'(Prosperity Party)으로 통합하면서 TPLF를 권력에서 배제한다.
일각에선 아머드 총리의 참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벨상위원회에도 에티오피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머드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오랜 국경분쟁을 해결한 공로였다.
유럽대학연구소(EUI) 메하리 타델레 마루 교수는 "(국경분쟁을 해결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평화협정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라면서 양국이 남북에서 티그라이를 공격하려고 협정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내전에 에리트레아군이 에티오피아 정부군 편에서 개입했다.
렘마 편집국장은 "아머드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난 뒤 민주적 개혁에 흥미를 잃었다"라면서 "그는 평화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어주는 '포괄적 허가증'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렘마 편집국장은 노벨평화상이라는 '포괄적 허가증'을 사용한 첫 사례가 이번 내전이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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