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이식 이틀 뒤 효과, 재충전 필요 없는 자율 시스템 가능성도
1형 당뇨병 환자 '희소식'…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진성(眞性) 1형 당뇨병(T1D)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면역계에 의해 파괴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1형 당뇨병 환자는 4천만 명이 넘을 거로 추정된다.
요즘엔 베타 세포를 인공 피막으로 싸서 보호하는 MEDs(macroencapsulation devices) 같은 T1D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MEDs는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어 아직 인간에게 쓰기는 어렵다.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Brigham and Women's Hospital)' 과학자들이 기존 MEDs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ceMED(대류-강화 MED)를 개발했다.
이 병원은 하버드의대의 두 번째로 큰 교육병원이다.
대류(convection)의 원리를 이용한 이 개량형 MED는 이중 피막으로 싼 베타 세포에 계속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고 혈당 수치의 등락에 맞춰 인슐린 생성을 조절한다.
전임상 동물 모델 실험에서 ceMED는 이식 이틀 뒤부터 높은 혈당 수치에 신속히 반응했다.
제프 카프 임상 마취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6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카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기는 세포의 생존 능력 향상과 이식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단기 지체를 입증했다"라면서 "전임상 단계에서 이 시스템의 명확한 개념 증명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MEDs는 대류가 아닌 방산(放散·diffusion) 현상에 의존한다.
이런 경우엔 영양분이 기기의 외막에 넓게 퍼져, 얼마간의 세포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고 인슐린도 이들 세포만 분비한다.
ceMED는 피막으로 싸인 세포들로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들어 대류 영양소(convective nutrients)가 공급된다.
이렇게 되면 여러 층을 이룬 세포가 잘 성장해 많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원형(prototype)은 EqC와 CC 두 개의 방(chamber)으로 구성된다.
EqC(평형 체임버)는 주변에서 영양분을 모으고, CC(세포 체임버)는 보호해야 할 세포들에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EqC는 구멍이 있는 반투과성 '4불화(弗化) 에틸렌 수지' 피막으로 싸여 있다.
그 안에 CC를 싸고 있는 내막은 영양분의 반입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면역 반응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방산 액체는 영양분 농도가 주변 조직과 비슷한 상태에서 외막의 유공(有孔) 섬유를 통해 CC까지 흘러간다.
이 유공 섬유도 인슐린과 글루코스(포도당)를 통과시키지만, CC 내부의 세포를 공격할 위험이 있는 핵심 면역 분자는 차단한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 줄기세포 연구소의 더그 멜턴 박사는 "줄기세포 유래 섬(랑게르한스섬)을 이용하는 1형 당뇨병 치료가, 면역 거부반응으로부터 (베타) 세포를 보호해 이식 후 생존과 기능을 극대화하는 단계까지 왔다"라면서 "ceMED는 이런 목표를 모두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ceMED는 기존의 인슐린 펌프보다 장점이 많다.
예컨대 ceMED를 적용한 베타세포는 필요할 때 인슐린을 분비하다가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 곧바로 중단한다.
1형 당뇨병을 가진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ceMED를 이식한 지 이틀 뒤부터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생쥐의 생존율도 높아졌다.
카프 교수 랩(lab)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논문의 제1 저자 양기석(Kisuk Yang) 박사는 ceMED에 대해 "인슐린 카트리지를 계속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 시스템으로 개발될 잠재력을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카프 교수는 "잠정적으로 ceMED는 베타 세포 대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라면서 "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이 이 어려운 질환을 관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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