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카불에서 철수하면서 폭파 처리한 기지 모습이 탈레반에 의해 공개됐다.
8일 AFP통신과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은 CIA가 벽돌공장을 개조해 아프간전 초기부터 최근까지 사용한 '이글'(Eagle) 기지의 현재 상태를 지난 6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글 기지는 3m 높이 벽으로 둘러쳐져 있고, 여러 차례 검문소를 거쳐야 해 카불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혔었다.
미군은 이글 기지의 장비와 정보가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철수 막바지인 지난달 26일과 27일 이곳을 폭파했다.
미군은 문서와 함께 수백 대의 험비차량, 탱크, 무기, 탄약고를 파괴했다.
탈레반의 엘리트 특수부대로 알려진 '바드리 313 부대'(Badri 313 Battalion)의 물라 하스나인 사령관은 현장을 보여주며 "그들은 철수하기 전에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을 평화롭게 보내줬는데, 그들이 남긴 것 좀 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파괴된 장비들의 가치가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스나인 사령관은 "우리는 9∼10일 동안 이글기지 근처에 있었다. 많은 폭발이 있었다"며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그들을 공격하거나 막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공항에 가는 행렬도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그는 흩어진 탄약과 로켓 파편 등을 보여주고, 수류탄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나라를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 무기도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제 무기를 다른 나라에서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스나인 사령관은 파손된 장비들을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미국의 아프간 체류 20년을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아프간을 재건한다고 왔었다. 그들의 진짜 얼굴은 바로 이것(파손된 현장)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은 철수를 완료하기 전 카불공항의 로켓방어 시스템과 수십대의 군용기, 장갑차량 등도 파괴했다.
하지만, 미군이 아프간 정부군에게 지원한 군사자산 대부분이 탈레반에 넘어왔다.
탈레반은 미제 군복부터 드론, 야간투시경, M16, 험비 차량,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까지 상당수의 무기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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