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단골 참배…역대 여성 후보로는 고이케 이어 두 번째
17일 후보 등록…'기시다·고노·다카이치' 3파전 양상 될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새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무대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공식 후보군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 전 총무상(장관)이 이름을 올렸다.
나라(奈良)현을 지역구로 둔 중의원 8선 의원인 다카이치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정조회장이 지난달 26일 출마를 선언해 오는 17일 후보 등록을 거쳐 29일 투개표가 이뤄질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2명으로 늘었다.
다카이치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단골로 참배해 온 극우파 여성 정치인이다.
고베(神戶)대 출신으로 민영방송 캐스터를 거쳐 1993년 무소속으로 중의원 선거(나라현 선거구)에서 처음 당선하고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에 들어갔다가 이탈한 그는 보수 색깔을 앞세워 호소다파의 좌장 격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자민당 총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아베 정권 시절 자민당 정조회장과 총무상 등 요직을 거친 그는 각료 신분으로도 야스쿠니신사를 반복해 참배했다.
지난 3일 민영 위성방송에 출연해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신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총리가 되더라도 변함없이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위대 명기를 위한 개헌을 지지하면서 경제정책으로는 '뉴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는 등 아베 노선의 온전한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
아베 지원을 발판으로 보수계 의원들이 참여하는 '보수단결 모임',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 '창생 일본' 멤버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내는 물론이고 호소다파 안에서도 그가 다가오는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 리더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총재 선거에서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9월 30일)에 따른 이번 선거에는 아직 출마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고노 다로(河野太郞·58) 행정개혁상이 나설 예정이다.
아베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자민당 현 실세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4) 전 간사장은 출마 의향을 접고 고노의 당선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61) 간사장 대행도 출마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현직 의원인 20명의 추천인을 모으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다는 2015년과 2018년에도 총재 선거에 나서고자 했지만 추천인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오는 17일 후보 등록 후에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기시다·고노·다카이치의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가 후보 등록을 마치면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두 번째 여성 정치인이 된다.
2008년 총재 선거 때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도쿄도지사가 출마해 아소 현 부총리 등에게 밀려 3위를 차지한 것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여성 정치인이 입후보한 첫 사례였다.
자민당 총재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투표로 뽑는다.
이번 선거에는 383명의 국회의원(의장 제외한 중의원+참의원 383표)과 100만여 명의 당원·당우(383표, 후보별 득표수에 따라 비례 배분)가 유권자로 참여한다.
자민당의 새 총재는 내달 초 소집될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스가의 뒤를 이어 총리로 지명된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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