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눈치 보기…작년 8월 검토 주장하고도 "모계 용인론자 아냐"
10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기자회견…기시다, 다카이치 이어 3번째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호준 특파원 =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58) 행정개혁담당상(장관)이 자민당 내 보수파가 반대하는 '모계(母系) 일왕' 검토 주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9일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는 전날 기자단에 일왕 계승 관련 대책을 검토하는 정부 전문가 회의의 논의를 존중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모계로의 일왕 승계 자격 확대를 보류한다는 등의 전문가 회의 중간 논의 결과에 대해 "전혀 이론이 없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런 발언에 대해 지론인 모계 일왕 인정 주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라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지지 확대를 위해 남계(男系) 유지를 주장하는 보수파의 반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내 지지 확대에 나선 고노는 최근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인 아오야마 시게하루(靑山繁晴) 참의원과의 면담에서도 자신은 "모계 용인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노는 방위상으로 재직하던 작년 8월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이른바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한 현행 제도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모계 일왕을 인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의 왕위 계승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은 남계남자만 일왕이 될 수 있게 규정해 모계 계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왕실에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별로 없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이며 2위는 그의 아들 히사히토(悠仁)다.
미성년 중 왕위 계승이 가능한 인물은 현재 히사히토뿐이라서 부계 계승을 고수하면 왕실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전문가 회의 논의도 시작했다.
고노는 작년 8월 23일 인터넷 방송에서도 나루히토 일왕의 딸인 아이코(愛子) 공주가 장래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일왕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있다면서 결혼한 여성을 왕실에 남기고 모계 일왕을 인정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고노는 10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그가 이번에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면 2009년에 이어 2번째가 된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을 지역구로 둔 중의원 8선인 그는 국가공안위원장과 외무상, 방위상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출마 의향을 공식화한 후보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정조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 전 총무상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자민당 현 실세들의 견제를 받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4) 전 간사장은 출마 의향을 접고 고노의 당선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의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7일 후보 등록을 거쳐 29일 투·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는 내달 초 국회에서 새 총리로 지명된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