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18명에게 사퇴 요구 서한 보내…"임기 채울 것" 반발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말기에 임명된 군 사관학교 자문단을 몰아내는 작업에 나섰다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시 러셀 백악관 인사담당 국장은 이날 육·해·공군사관학교 등 3개 사관학교 자문위원 중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성향의 인사 18명에게 서신을 보내 사임을 촉구했다.
서신을 받은 이들에는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러셀 보트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포함됐다.
보트 전 국장이 트위터에 공개한 서한을 보면 러셀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며 사관학교 자문위원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
러셀 국장은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당신에게 미 해군사관학교 방문자위원회 멤버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이날 밤 임기가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사관학교 자문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했음을 확인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위원회들에 소속된 사람들이 그럴 자격이 있고 누가 여러분의 가치에 맞는지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 대상자들은 백악관이 보낸 서한에 강력히 반발했다.
보트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직서 제출 요구를 거부한다며 "임기는 3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미국재건센터'(The Center for Renewing America)를 설립했다.
스파이스 전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의 전통으로 통해온 전 대통령의 임명을 유지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정치적이라며 자신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로 인한 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증가 등의 현안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이번 조치로 법적, 정치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로저 세베리노 전 미 보건복지부 민권국장은 트럼프 정권 말기 미국행정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됐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해임됐다.
이에 세베리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미국행정위원회 고문에서 해임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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