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겸 전 부통령 라미레스에 '증오 선동' 등 혐의 씌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반(反)정부 인사들에 대한 체포와 기소를 이어가고 있는 니카라과 정부가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을 비판해온 저명 소설가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프렌사 등에 따르면 니카라과 검찰은 전날 소설가 세르히오 라미레스(79)에 대해 증오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를 명령했다.
검찰은 라미레스가 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재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크리스티아나 차모로가 운영하던 재단으로, 차모로도 앞서 지난 6월 체포된 바 있다.
라미레스는 니카라과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지식인이다. 스페인어권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2017년 수상했다.
좌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에 몸담았던 그는 과거엔 오르테가 대통령의 가까운 동지이기도 했다. 오르테가가 처음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1985년부터 5년간 라미레스가 부통령을 맡았다.
라미레스는 그러나 1995년 오르테가와 그가 이끌던 FSLN과 모두 결별한 후 오르테가의 전제정치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지난 7월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와의 인터뷰에선 "오르테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오는 11월 대선에서의 5선 도전을 앞두고 야권 탄압을 이어가는 오르테가 대통령을 비판했다.
지난 6월 니카라과를 떠난 라미레스는 체포 명령이 내려진 직후 영상 성명을 통해 "오르테가 독재정권은 상상력도 부족해 똑같은 거짓말을 되풀이한다"고 비난했다.
오르테가 정권은 6월부터 지금까지 대선주자 7명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야권 인사들을 잡아들여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등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라미레스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정권 탄압을 피해 고국을 등지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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