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택공급 걸림돌 개선 적극 검토 나서…둔촌주공 등 '영향권'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도 고려…"바닥난방 허용 확대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가 그동안 아파트 가격 통제 수단으로 활용해 온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 등의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나 어느 수준까지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도심에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건축물에 대한 규제 완화도 전향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0일 "민간이 주택공급의 걸림돌로 꼽으며 개선을 건의한 제도와 시대와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주택·건설 규제들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민간 건설사·협회 등 대표들이 참석한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민간의 규제 개선 요구에 공감한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노 장관의 전날 발언이 의례적인 '립 서비스'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런 수준을 넘어 실제로 실무 부서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 장관은 이와 관련 전날 "고분양가 심사제, 분양가 상한제, 주택사업 인허가 체계 등에 대한 민간 업계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개선이 필요한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규제 완화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국토부가 분양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제 정책 변화로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주택 분양 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한 제도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80% 이내에서 산정한다.
2005년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주택경기가 주저앉자 2015년 4월 적용 기준을 대폭 낮춰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다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자 2017년 11월 적용 기준을 강화했고, 작년 7월 민간택지에도 부활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부활 이후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분양가를 산정하지 못해 사업 일정이 대거 연기하는 등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분양가 책정의 기준이 되는 택지비가 감정가 기준인데다 고급 마감재 등의 비용은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아 민간에서는 상한제 때문에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이 컸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은 분양가 상한제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작년 서울의 분양 물량이 연초 계획 대비 42%에 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1만2천32가구) 역시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1년 넘게 분양가를 정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형욱 장관의 전날 제도 개선 검토 발언과 관련해 "환영한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분양가상한제로 서울 한복판에서 분양가격을 결정하지 못해 당장 둔촌주공 1만2천여가구 공급이 막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최근 제도·운영 방식을 놓고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 9일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 결정요소 중 하나인 가산비가 제도 미비로 인해 '깜깜이'로 정해지고 있다며 국토부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주변 시세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게 책정되는 분양가 구조로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로또 분양'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민간이 건의한 제도 개선의 범위와 시기는 물론 수용 여부도 확정된 것은 없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시행하는 고분양가 심사제 역시 심사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두 제도는 아파트값 통제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분양가 규제가 풀릴 경우 서울의 재건축 단지 등의 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지자체별로 비용으로 인정하는 항목과 인정하지 않는 항목이 상이하고 인정 비율도 들쭉날쭉해 예측 가능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공장과 주거공간이 구분돼야 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언택트 시대를 맞아 이제는 주거와 업무 공간이 융합되면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며 "이런 수요를 담아낼 수 있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과 관련한 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어 개선 방향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도심에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사무용인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을 금지하다가 2007년 전용면적 50㎡ 이하, 2009년 전용 85㎡ 이하까지 난방을 허용됐다. 현재도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국토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한 대규모 부지가 없는 상황에서 자투리땅에도 공급이 가능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난방 허용 면적 기준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민간과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라며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등 제도 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 장벽이 걷히면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연동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정부 정책이 바뀌어도 시장이 얼마나 이를 신뢰하고 반응할지는 미지수여서 정부가 의지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기가 녹록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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