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경쟁 와중에 외부세력의 중국 분열 시도를 비판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 최고지도부가 민족문제 관련 행보를 강화하며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6월 소수민족이 다수인 서부 칭하이(靑海)성을 찾은 데 이어 7월 티베트 지배를 공고화한 지 70주년을 맞아 집권 후 처음으로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를 시찰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청나라 시기 민족융합 사례 지역으로 평가되는 허베이성 청더(承德)를 방문했다.
특히 중국은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7~28일 2014년 이후 7년 만에 민족 정책을 다루는 중앙민족공작회의를 열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국가통일과 민족단결을 지키는 튼튼한 사상적 만리장성을 구축하며, 각 민족이 함께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그래야 비로소 각종 극단적·분열적 사상의 침투와 전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서 "각 민족 인민의 행복한 생활 지향을 실현하고, 각 민족의 근본 이익을 잘 실현하고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데올로기 진지를 단단히 지키고 민족 분열과 종교적 극단주의 사상의 독소를 계속 숙청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영매체 신화통신도 시 주석의 발언을 해석하면서 "국제적으로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민족문제가 세계 평화와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상적 만리장성'을 언급한 뒤 "민족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고 분열시키려는 시도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분열'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내세우는 대만·홍콩·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 지역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분열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중국은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 독립 목소리를 높이는 대만을 향해 '무력통일 불사론'까지 꺼내 들고 있는데, 시짱·신장 문제까지 표면화되는 것은 '악몽'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중국은 최근 인접국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 후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이 권력을 잡자, 탈레반이 신장 분리독립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의 중국 내 테러를 지원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 측 인사를 잇달아 만난 데 대해서도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최근 들어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워 국가통용 언어·문자 교육 강화를 강조하는 한편, 인터넷 여론 주도권 장악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소수민족 학교에서도 중국어(語文) 등 일부 과목의 교과서를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바꾸고 수업도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로 진행하도록 한 것이 그 예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는 몽골족 수천명이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맞서 '사상적 만리장성'을 쌓고 버티며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중국몽을 이룬다는 구상으로 보이는데, 내부 단속 강화에 따라 사회분위기가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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