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최악의 '성학대 스캔들' 카라디마 전 신부 단죄에 기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칠레의 악명높은 아동 성 학대 사건을 증언한 사제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를 보좌해 교황청 성직자성을 이끌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안드레스 가브리엘 페라다 모레이라(52) 신부를 성직자성 차관으로 승진 임명하고 그에게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다.
성직자성은 전 세계 50만 명을 헤아리는 사제와 부제의 직무·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한다. 유흥식(70) 대주교가 아시아 출신 사제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일 장관으로 부임해 업무를 수행 중이다. 모레이라 대주교의 부임일은 내달 1일이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06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에 유학해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칠레 가톨릭대 교수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성직자성에서 일해왔는데 불과 3년 만에 부처 2인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2010년 칠레 가톨릭교회를 뿌리부터 뒤흔든 페르난도 카라디마 전 신부의 성 학대 만행을 앞장서 비판한 사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젊은 시절 한때 카라디마가 이끄는 사제회에 몸담았고 그의 영성 지도를 받기도 했으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접한 이후 친동생을 포함한 동료 사제 9명과 함께 사제회를 탈퇴한 뒤 피해자 편에 섰다.
카라디마는 베네딕토 16세 재위 때인 2011년 자체 조사를 거친 교황청으로부터 면직 및 평생 참회·기도 처분을 받았고, 이어 2018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직을 박탈당했다.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 처벌은 피한 카라디마는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 지난 7월 칠레 산티아고의 한 양로원에서 90세로 사망했다.
모레이라 대주교의 이번 승진 인사는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사제의 아동 성 학대 근절을 향한 교황의 단호한 의지가 실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황은 앞서 지난 3월 카라디마의 성 학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씨를 임기 3년의 교황 직속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바 있다.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학대 피해자 및 그 가족의 상처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2013년 12월 설립한 기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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