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7개월만 통화로 손 내밀었지만 별다른 돌파구는 없어
유엔총회 첫 연설 이어 쿼드·전염병 고리로 대중 포위망 구축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전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동맹 규합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며 20년 된 미국의 최장 전쟁을 끝낸 뒤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에 더욱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것은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바이든은 그간 중국 대응 필요성을 아프간 철군 논리의 하나로 언급해 왔다.
취임 직후인 지난 2월에 이어 7개월 만에 이뤄진 90분짜리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대중국 강경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장관, 부장관급의 미중 접촉이 중국의 비협조로 별다른 성과가 없자 본인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전방위적 미중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지만 양국관계 개선에 관한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등 협력 가능한 분야의 미중 협력 의향을 밝혔지만 시진핑 주석은 오히려 중국의 핵심 이익을 미국이 존중할 필요성을 촉구했다. 양국이 협력하려면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에서 벗어나 중국이 제기한 위협과 기회를 향해 미국 외교정책을 전환하려는 와중에 이뤄진 통화"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포스트 아프간전' 정국에서 첫 외교적 시험 무대는 오는 14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제76회 유엔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자신의 구상을 재차 설명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주도권 회복, 동맹 복원 의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에는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대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때 결성된 쿼드를 이어받아 지난 3월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정상급 논의 체계로 격상시켰다.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는 30일 퇴진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까지 초청해 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중국 협공을 위한 동맹 규합이라는 미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방미한 스가 총리와 달리 인도와 호주 총리의 백악관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라 쿼드 발전은 물론 참여국 간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 20일이 낀 유엔총회 주간에 '글로벌 백신 정상회의'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의 보도다.
이 정상회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공동 대응, 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의 백신 부족 대처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민 우선 접종 원칙을 내세워 백신을 독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내년까지 5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전 세계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더 늘리려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달 국제사회에 20억 회분의 백신 제공을 약속하는 등 백신 문제를 놓고도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따라서 백신 정상회의는 미국 입장에서 자국이 전염병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백신 제조와 보급에서도 앞장서겠다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말 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가운데 이 역시 인권과 민주주의를 고리로 대중 포위망 구축을 위한 미국의 동맹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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