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태권도협회 도복·용품 기증식서 선봬…파리 올림픽서 선전 다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는 태권도의 맛은 '으랏차' 한국의 힘찬 발차기를 이어받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움과 함께 특유의 아프리카 흥이 느껴졌다.
10일(현지시간)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에서는 남아공태권도협회에 도복 160벌과 보호대 등 태권도용품 243점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아공 원광 태권도 클럽 시범단이 멋진 시범 모습을 보여줘 참석자들의 탄성과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아예 대사배 태권도 대회도 하지 못했다. 올해는 수도 프리토리아 시내 곳곳에 봄을 알리는 꽃들이 여기저기 활짝 핀 가운데 대사관 구내에서 시범 행사가 열려 신선함을 더했다.
시범단의 품새 동작에선 절도 속에 유연함이 배어있으면서 공중 날아올라 차기에선 종주국 한국 못지않게 농구 골대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 3m 가까운 곳까지 날아올라 송판을 격파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날 각종 발차기와 주먹 격파 시범 등으로 연이어 깨진 송판만 수십장이다.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흥겹게 태권 춤을 추는 것에서 토속적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공중 점프 거꾸로 발차기 묘기를 보여준 고등학생 사바타(17)는 태권도를 배운 지 7년 됐다면서 "나는 태권도에서 정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이면 남아공 태권도협회가 설립된 지 30주년이 된다. 전국 7개 주에 6개 지부가 있으며 저변 인구는 1천명 정도 된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날 전달식 사회를 본 조하나 세크그웰라 남아공 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은 "내 나이도 올해 서른 살"이라면서 "태권도를 통해 내 삶이 변했다. 태권도는 내게 운동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규율(discipline)과 공손함을 몸에 배게 해줬다"고 평했다.
그러나 남아공 태권도는 지난 도쿄올림픽 때 서류 준비 문제 때문에 선수를 내보내지 못했다. 남아공 태권도 회원 수는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인 일본 가라테보다 많지 않다.
박철주 대사는 이번 태권도 도복과 용품 기증을 계기로 차기 프랑스 파리 올림픽 때 남아공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다음달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괜찮으면 대사배 태권도대회를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한편 내년 한·남아공 양국 수교 30주년에는 국기원 시범단을 초청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빗 기드온 코크 남아공태권도협회장도 다음 2024년 올림픽 때는 꼭 대표팀을 만들어 출전하겠다고 다짐했고 배리 헨드릭스 남아공올림픽위원회 회장도 지원을 약속했다.
헨드릭스 회장은 또 한국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20개와 패럴림픽에서 메달 24개를 딴 것을 직접 거론하고 축하하면서 남아공과 선수·코치·기술 교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나중에 박 대사에게 특히 한국이 세계 최강인 양궁 부문에서 교류할 수 있기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은우 국기원 명예자문위원(9단)은 과거 아프리카 54개국 중 27위이던 남아공 태권도팀은 1997년 당시 올아프리카게임(아시안게임에 해당)에서 전체 2등을 차지할 정도로 저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번처럼 혜택을 못 받는 청소년 중심으로 기부를 더 많이 해 저변을 확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현길 원불교 라마코카교당 주임교무는 "2005년부터 교당 주변 지역의 태권도를 국기원, 대사관 등과 공동으로 후원해왔는데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배운 아이들이 지난 16년간 훌쩍 자라 시범팀까지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프리토리아에서 2시간 거리 노스웨스트주에 있고 아직도 비포장도로로 28㎞ 들어가야 할 만큼 격지라서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나온 선수들과 어디를 둘러보고 갈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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