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러 야권지도자 나발니의 선거 관련 앱 삭제 지시 불이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외무부가 10일(현지시간)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를 청사로 초치해 미국 IT 기업들의 러시아 총선 개입 시도에 항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설리번 대사가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청사 건물로 들어가 약 20분 동안 머물다 떠났다고 전했다.
설리번 대사는 청사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방문 목적 등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후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 보도문을 통해 설리번 대사가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의 면담을 위해 외무부로 초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면담에선 러시아 총선 준비 과정에서 미국 IT 대기업들이 러시아 법률을 위반했음을 보여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러시아 측이 확보하고 있음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 러시아 내정에 대한 개입이 절대 용납될 수 없음이 천명됐다"고 소개했다.
설리번 대사에게 러시아 총선과 관련한 미국 IT 기업들의 러시아 법률 위반 사실에 대해 항의했음을 외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날 러시아 측의 항의는 미국 IT 기업 구글과 애플 등이 러시아 총선과 관련한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러시아 통신 당국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통신 감독 당국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은 지난 2일 수감 중인 현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끈 '반부패재단'의 앱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을 구글과 애플에 요구했다.
당국은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달 중순 치러질 러시아 총선에 대한 간섭으로 간주하고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반부패재단은 나발니가 투옥 전 운영한 비정부기구로 지난 6월 러시아 법원에 의해 극단주의 불법 조직으로 지정됐다.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인 나발니는 앞서 옥중 메시지를 통해 이달 19일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들을 보이콧하는 데 도움을 줄 반부패재단의 '스마트 보팅'(Smart Voting) 앱을 다운로드할 것을 지지자들에게 호소한 바 있다.
스마트 보팅은 나발니가 수감 전 역대 선거에서 펼친 선거운동으로 여당 후보를 보이콧하고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자는 운동이다.
러시아는 오는 19일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을 뽑는 총선을 실시한다.
이날 외무부의 미국 대사 초치는 미국 IT 기업 구글과 애플 등이 러시아 통신 감독 당국의 스마트 보팅 앱 삭제 지시 등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를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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