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9·11 테러 기밀문건 공개…사우디 개입 결정적 증거는 없어(종합)

입력 2021-09-12 23:28   수정 2021-09-13 12:08

미, 9·11 테러 기밀문건 공개…사우디 개입 결정적 증거는 없어(종합)
테러 20주년에 바이든 지시로 공개…사우디인의 테러범 숙박·자금 지원행적 기술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01년 9·11 테러 20주년인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당시 테러에 연루됐는지에 관해 조사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사우디 측 인사가 테러범의 여행, 숙박 등을 지원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9·11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사우디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FBI가 기밀을 해제해 공개한 16쪽짜리 문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인 오마르 알-바유미가 적어도 2명의 9·11 항공기 납치 테러범을 돕기 위해 통역과 여행, 숙박, 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이 문건은 당시 로스앤젤레스 사우디 영사관의 지도부와 개인적 교류를 유지해온 한 남성을 상대로 2015년 11월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FBI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대학생인 알-바유미를 사우디 정보 요원이나 사우디 영사관 관료로 의심했다. 실제 2017년 미 법원에 제출된 기록에 따르면 FBI가 알-바유미가 비밀정보요원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도 있다.
과거 미 의회의 9·11 테러 조사위원회는 알-바유미가 사우디 정보 요원이거나 아니면 납치범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알-바유미는 한 식당에서 이들을 우연히 만났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알-바유미는 9·11 테러 몇 주 전 미국을 떠났다.
이번 문건 공개 조치는 9·11 피해자와 유족이 그간 사우디 정부의 9·11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문건 공개를 요구한 데 따라 이뤄졌다.
미 정부는 과거 일부 사우디 국적자와 비행기 탈취범 간 관계를 개략적으로 설명했지만 사우디가 직접 연루됐는지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9·11 위원회는 2004년 최종 보고서에서 사우디 정부가 조직적으로, 또는 고위 당국자가 개인적으로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낸 바 있다.

지난달 미 법무부는 FBI가 비행기 탈취범과 공모 의심자 간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9·11 테러 조사와 관련한 문건의 기밀해제 검토를 법무부 등에 지시했다.
지난달 약 1천800명의 유족 등이 관련 문건을 기밀해제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9·11 추모식에 참석하는 데 반대한다고 압박한 뒤 나온 조치였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 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어떤 연관성도 부인해 왔다. 또 근거 없는 주장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문건 공개 지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뉴욕 무역센터와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 등을 공격하는 바람에 3천 명가량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테러를 당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알카에다를 보호해온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산악지대로 퇴각한 탈레반과 전쟁을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년 만인 지난달 31일 미군 철수를 완료하며 미국의 해외 최장 전쟁을 끝냈지만, 탈레반은 이를 틈타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상태다.
lkbin@yna.co.kr
사망설 돌던 알카에다 수장, 9·11 영상 메시지로 건재 과시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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