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대장균 효소 조작해 CO₂·H₂로 포름산 생산"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화학원료를 만드는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영국 연구팀이 대장균을 조작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화학산업 원료인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뉴캐슬대 프랭크 사전트 박사팀은 13일 과학저널 '응용·환경 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서 대장균의 효소를 조작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수소를 이용해 포름산을 만들게 했다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화학산업 원료 전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함께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해저 등에 매장하거나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연구팀은 대장균 몸 안에서 포름산이 효소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분해되는 과정에 주목, 이 반응을 역으로 만들면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식초 성분 중 하나인 포름산은 개미가 포식자에 대항할 때 분비하는 물질로 '개미산'으로도 불린다. 포름산은 그 자체로 가축 사료 보존제·항균제 등으로 쓰이며 화학산업 원료로 사용된다.
사전트 박사는 약 35억년 전 지구 대기에는 산소는 없었지만 이산화탄소와 수소 농도는 높았고, 해저 1만m 아래에서는 세포 생명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생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탄수화물로 전환했던 것을 실험실에서 재연하고자 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포름산을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바꾸는 대장균의 효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속인 몰리브덴을 텅스텐으로 바꿨다. 대장균을 텅스텐이 많은 환경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몰리브덴이 텅스텐으로 바뀐 효소는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대신 포집하는 것으로 기능이 바뀌었다.
사전트 박사는 "대장균은 몰리브덴과 텅스텐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쉽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효소의 기능이 바뀐 대장균을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들어 있는 가압 바이오반응기에 넣어 배양한 결과 대장균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포름산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했다.
사전트 박사는 "연구의 최종 목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재생 가능한 바이오 수소를 이용해 포름산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포름산염을 탄소원으로 사용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연료,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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