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가진 伊거주 고모 "외조부가 허락없이 이스라엘로 아이 데려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 5월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 참사 당시 유일하게 생존한 이스라엘 태생 6세 어린이를 둘러싼 양육권 분쟁이 불거졌다.
앞서 지난 5월 23일 정오께 유명 관광지인 마조레 호수 인근 1천491m 높이 마타로네산 정상까지 운행되는 케이블카가 도착을 100m 앞두고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5명 가운데 14명이 숨지고 '에이탄'이라는 이름의 이스라엘 출신 6세 어린이만 살아남았다. 에이탄은 이 사고로 부모와 두 돌이 갓 지난 남동생을 잃었다.
정확한 생존 경위를 규명하긴 어려우나 사고 당시 에이탄의 아빠가 아이를 품에 감싸 안아 충격을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추론에 무게가 실렸다.
복합 골절상을 입고 생명에 위독한 상태에서 입원한 이 아이는 장시간의 수술에 이은 오랜 치료 끝에 완전히 회복했고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고모의 가족에게 위탁됐다.
법원도 고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아이 양육 책임을 맡겼다.
오래전에 이탈리아로 이주해 정착한 고모는 뒤늦게 이탈리아에 온 아이의 가족과 비교적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탄은 세 살이던 2018년 부모를 따라 이탈리아에 왔으며,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사는 외조부모가 양육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측간 갈등이 표면화했다. 외조부모는 양육권을 되찾고자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고모 측이 외조부모의 아이 납치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기관에 신고해 이 일은 형사 사건으로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고모 측은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11일(현지시간) 아이를 만나러 이탈리아에 왔으며, 당일 저녁까지 되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아이와 함께 이스라엘로 돌아가 버렸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반면에 외조부모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것을 납치라고 보지 않는다"며 "에이탄을 집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납치 신고에 따라 일단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외무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일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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